매일신문

포항블루밸리 늑장 준공, 주민이전 늦잡쳐

내년 6월 완공, 진입도 백지화…26가구 원룸서 한동안 유랑생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일대에 조성하고 있는 포항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 준공이 당초 예정보다 6개월가량 늦은 내년 6월로 밀리면서 도로 등 원주민들과 약속한 이주단지 건설 기반공사도 차일피일 연기되고 있다.

이주단지 진입을 도울 도로 개설 등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면 원주민들은 원룸 등에서 한동안 유랑생활을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원주민 등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포항블루밸리 1단계 공사가 올해 12월 마무리돼어야 하는데 내년 6월로 6개월 연기됐고, 이 과정에서 이주단지와 연결하는 도로 공사 약속이 흐지부지되고 있다. 당초 원주민들이 이주단지 허가만 취득하면 포항블루밸리 조성 전 도로 개설을 돕겠다고 한 LH 측의 약속이 공사 지연에 따라 백지화되고 있다는 것.

주민들은 포항블루밸리 인근 1만4천200여㎡에 26가구가 입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2016년 11월 건축허가를 취득해 공사 진행을 추진했지만 진입도로가 없어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또 주민들은 이주단지 부지 조성을 위해 어려운 형편에도 가구당 3천만원을 내놓았는데 LH는 명도소송을 제기하며 주민들을 쫓아내기에만 바빴다고 비난했다.

원룸에서 홀어머니와 살고 있는 A(65) 씨는 "지금쯤이면 보금자리가 마련돼야 하는데, 도로 개설을 못해 공사를 못하고 있다고 하니 답답하다. 주민들이 평생 살던 땅과 집을 내어줄 때는 새로운 보금자리가 생긴다는 확신 때문이었는데, 이제는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고 했다.

임시 거주를 하고 있는 B(63) 씨는 "LH가 이주단지 건축허가만 받으면 원주민 주거단지 기반공사를 해준다고 분명히 얘기했는데, 이제 와 딴말을 하고 있다"며 "경기가 어려워 분양이 저조하고 공사 진행이 늦어지는 것은 이해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주민들이 부당하고 불편을 겪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포항블루밸리 조성 현장에 살고 있는 편말선(82) 씨는 "LH가 집을 떠나라고 명도소송을 진행했다. 살 곳을 마련이나 해주고 법적 조치를 해야지, 이건 순서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토지보상 등 민원이 많아 공사가 많이 늦춰졌다. 공기를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이주단지를 잇는 도로 개설도 빠르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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