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찜통 더위] 1400도 쇳물 옆에서 사투…냉조끼 소용없는 열기

폭염과 맞서는 근로자들…건설현장 선풍기 하나로 버텨, 더위 사고 예방 4시 전에 퇴근

대구지역 낮 최고기온이 36.6℃를 기록하며 폭염경보가 발령된 21일 오후 중구 남산동 아파트 신축건설 현장에서 한 근로자가 머리에 차가운 물을 부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대구지역 낮 최고기온이 36.6℃를 기록하며 폭염경보가 발령된 21일 오후 중구 남산동 아파트 신축건설 현장에서 한 근로자가 머리에 차가운 물을 부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대구의 근로자들이 작업현장에서 찜통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21일 대구 중구 한 아파트 골조공사 건설현장에서는 건물 상층 곳곳에 설치된 파라솔이 보였다. 인부들은 지상과 현장을 오갈 필요 없이 작은 그늘 아래 앉아서 안전모와 얼굴 사이로 흐르는 땀을 훔치고 있었다. 지상 휴게소에는 생수와 염화칼슘, 선풍기가 비치돼 있었다. 이곳 침상에서 쉬다 복귀하는 이들은 높이 1m의 제빙기에서 각얼음을 꺼내 각자 지닌 물병에 담아갔다.

대다수 인부들은 체력 안배를 위해 오후 4시 이전에 퇴근했다. 이곳 현장소장은 "여름철에는 공사 효율이 낮을 수밖에 없지만 무더위에 따른 사고를 막고자 근로자들의 체력 관리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북구의 한 주물공장 직원들은 지은 지 40년이 넘어 공조장치조차 없는 작업장에서 1천400℃로 끓는 쇳물의 열기를 피하느라 안간힘을 썼다. 3t 규모 전기로 2기가 설치된 위쪽에서는 직원 한 명이 땀을 뻘뻘 흘리며 전기로 가동 상태를 지켜봤고, 아래에서 쇳물을 받아 옮기고 붓는 직원들도 고열의 쇳물로부터 단 1m 떨어진 곳에 서서 고스란히 열기를 받았다.

회사 측은 틈틈이 휴식을 취하러 오는 현장 직원들에게 물과 음료수, 나트륨 보충제 등을 제공하고 있었다. 이 회사 대표는 "30~40년씩 일한 직원들이라 실내 열기에 내성이 생겼지만 여름철만 되면 안팎의 더위를 모두 견디기 힘들어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고 했다.

달서구 한 직물공장은 바깥 기온보다 높은 40도를 자랑(?)했다. 이곳 직원들은 제직기 19대가 쉼 없이 가동되는 작업장에서 기계의 열기를 고스란히 몸으로 받았다. 에어컨을 가동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이곳 공장에는 수냉식 공조기가 있지만 온도를 낮추기는커녕 대량의 수증기만 만들어내는 데 그쳤다. 땀에 젖은 직원들은 틈틈이 사무실 내 휴식공간에서 물을 마시고 새참을 먹는 것으로 더위를 견뎠다.

이곳 한 직원은 "다른 공장 직원이 냉찜질 조끼를 쓰고 있는데 너무 빨리 식어 소용이 없다고 하기에 조끼 도입을 건의하려다 포기했다"며 "최근 회사 대표님이 피서 대책을 건의하라고 했지만 무슨 수를 써도 더위를 못 피할 것 같다. 그저 건강을 관리해 가며 견디는 것이 최선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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