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절대평가' '고교 내신 절대평가(성취평가제)' '외고'자사고 폐지' 등 새로운 교육정책들로 교육계 안팎이 어수선하다. 사안에 따라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대학과 고교 현장에서는 제각기 다른 목소리들을 쏟아내고 있다. 게다가 내년 고1부터 새로운 교육과정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현재 중학생과 학부모들은 더욱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벌써 사교육 기관에서 주최하는 중학생 학부모 대상 입시설명회가 성황을 이루고 있지만 학부모들로서는 불안감을 떨치기 어려운 현실이다.
당장 중3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대학입시 준비는 고사하고 어떤 고등학교에 지원해야 하는지부터 헷갈리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까지 외고나 자사고 입학을 염두에 두고 준비를 시킨 학부모 입장에서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다. 차라리 학력고사처럼 수험생을 일렬로 줄 세우는 게 가장 편하지 않으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정작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어떤 고등학교에서 어떤 교육과정을 배워야 하는가보다 더 우선해야 할 것은 바로 학생 개인의 특성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입시 관련 정책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내 아이의 특성이나 자질, 적성에 대해서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고교 선택을 어려워하는 이유 역시 아이에게 어떤 학교가 맞느냐가 아니라 내신 성적을 어떻게 봐야 할지 고민스럽다는 데서 비롯된다.
현재의 중학교 성취수준으로 고등학교에 진학할 경우 어느 정도 내신 성적을 받을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이러다 보니 자녀의 경쟁력이 교과에 있는지 비교과에 있는지, 교과라면 어떤 교과(과목)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도가 낮다.
중학교 성취평가제로 인해 학생의 교과별 성취기준을 파악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학교의 성취기준으로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 지필고사 능력을 알아보기 위해 올해 고1 학생들이 치른 3월 전국학력평가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3월 모의고사의 경우 중학교 전 범위에서 출제되므로 이 시험을 통해서 자녀의 고교 성적을 미리 가늠해 볼 수 있다. 이렇게 학생의 학업역량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대입의 패러다임이 학생부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학생의 학업역량을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지필고사 능력만큼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전공적합성이다. 자녀가 중학교에서 배운 과목 중에서 어떤 과목에 관심이 있었는지 알아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성적은 잘 나오지만 관심이 낮은 과목이 있을 수 있는 반면 좋아하는 과목인데도 막상 시험에서는 좋은 성취를 보이지 못하는 과목이 있을 수도 있다. 여기에 대해 세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현재의 학업성취 수준도 중요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생각해야 할 사항이 과목에 대한 관심인 것이다. 이러한 과목에 대한 흥미 정도가 대학에서 말하는 전공 관련 교과(과목)로 이어진다. 자신이 지원하려는 학과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과(과목)를 잘하는 것이 또 다른 경쟁력이다.
새로운 교육환경에서 대입제도의 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결정되더라도 기존의 지필고사 중심 평가기준에서 수행평가의 비중을 높인 과정평가 중심으로 변할 것이다. 학생의 학업역량을 판단하는 기준도 전공적합성, 발전가능성 등의 평가 요소로 넘어가는 흐름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어떤 교과(과목)에 관심이 있는지를 알아야 다음 단계인 진학에 대한 방향성도 결정할 수 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어느 정도의 학업성취도를 보일지 또 어떤 과목에 관심이 있는지를 알아야만 우리 아이에게 어울리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 내 아이에게 맞는 학교를 선택하기 위해서 변화하는 입시환경을 잘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생각할 것은 아이에 대한 충분한 이해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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