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교사는 추천하는 글을 쓰는 방법을 미리 적어놓은 4절 크기의 종이를 칠판에 붙인다. 지연이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강 교사는 반 아이가 학교 홈페이지에 쓴 글을 본인에게 읽게 하고, 같은 방법으로 아이들과 질문을 주고받으며 평가한다. 지연이는 손톱을 물어뜯기도 하고, 턱에 손을 괴기도 하고, 두 팔을 책상에 기대앉기도 한다. 강 교사가 추천하는 글을 쓰는 방법을 알았느냐고 묻자, 지연이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예"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강 교사가 아이들에게 추천하는 글을 쓸 수 있는 종이를 나눠주고 쓰라고 한다. 지연이는 종이를 받자마자 아무 말 없이 책에 있는 내용을 옮겨 적기 시작한다. 지연이는 시작한 지 4분 만에 다 썼다. 지연이는 다른 아이들이 쓰고 있는 동안 말없이 칠판 쪽을 바라보고 제자리에 앉아 있다. 그렇게 4분이 흐른다. (서근원, 중)
◆자발적 혁신에서 시작된 협력학습
위 글은 일반적인 교실에서의 수업 모습이다. 수업이 진행되지만 배움이 일어나지 않는 교실, 전체 학생이 아닌 일부 학생이 참가하는 수업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대구시교육청은 2014년 학생들이 재미있게 수업에 임하도록 하고자 협력학습을 꺼내 들었다.
협력학습은 단 한 명의 소외되는 학생 없이 모두에게 저마다 역할을 부여한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수업의 즐거움에 빠진다. 한 시간 내내 모둠 구성원들과 협력 과제 해결을 위해 끙끙대면서 수업 속으로 몰입이 이루어진다.
대구시교육청은 수업이 학교 교육활동의 중심이어야 한다는 교육 철학에서 협력학습을 시작했다. 학교 교육활동의 중심은 수업이며, 수업으로 학생들의 인성과 학력이 병행해 성장한다는 것이다.
학교 현장의 초'중등 교원들 스스로 자신의 수업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자발적인 수업 개선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협력학습 정착을 위한 그간의 노력
교육청은 그동안 학교 문화를 수업 중심으로 변화시키고자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였다. 2014년 4월부터 매주 수요일을 '공문 없는 날'로 지정해 교사들이 수업'연구 활동에만 집중하도록 했다. 나아가 올해부터는 3월을 '교육활동 몰입의 달'로 정해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에는 교사들이 행정 업무가 아닌 인성교육중심 수업과 교육과정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협력학습 실천학교'는 전 교원이 함께 수업 중심의 학교 문화를 조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4년부터 각 학교를 대상으로 공모해 운영한 협력학습 실천학교는 협력학습을 위해 교육과정 재구성, 협력학습 실천, 평가 방법 개선 등을 위해 노력하는 학교다. 2015년에는 51개교, 지난해는 60개교로 확대했고, 올해부터는 '협력학습 실천 선도학교'로 이름을 바꿔 현재 86개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다.
모든 초등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수업 성장의 날'은 동료 교사와 협력적 수업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는 교사의 자발적 수업 나눔과 수업 성찰, 수업 공개의 일상화를 통해 수업을 교사의 개인적인 영역이 아닌 공동체 수준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협력학습의 허브 역할을 담당하는 '협력학습 지원단'은 협력학습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협력학습 지원단에 속한 교사들은 교육 현장에서 수업에 어려움을 겪는 교사들을 위한 멘토 역할을 담당하며 연수와 컨설팅을 맡고 있다.
협력학습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하는 협력학습 지원단은 대구시교육청의 우수교사 인증제인 '수업연구교사'를 주축으로 170명 안팎으로 구성된다.
협력학습 중심 수업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초등교원연구회가 주도하고 있는 '교사학습공동체'(PLC'Professional Learning Community) 수업 세미나는 대구교육청의 대표 수업 나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한편 협력학습은 온라인에서도 지속적으로 운영해왔다. 교사 개인이 축적한 수업 노하우를 페이스북, 밴드의 'SNS 수업이야기'에 매일 1건씩 올려 동료, 선후배 교사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
특히 협력학습지원단 교사들은 '수업 이야기'에 매일 1건씩 수업 노하우를 올려 대구교육청만의 특색 있는 소통 공간이 되도록 힘쓰고 있다.
학부모 이경남 씨는 "사회와 기업에서는 다양한 재능을 가진 인재를 필요로 하며, 역할과 업무 분담이 원활히 이루어질 때 비즈니스가 성공할 수 있다"며 "지속적인 협력수업으로 대구가 명품교육도시로서 결실을 보고 훌륭한 인재가 육성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시리즈 자문위원
◇김원구 포산초 교사 ◇김견숙 사대부초 교사 ◇나혜정 경서중 교사 ◇박세원 대구교대 교수 ◇이경남 경신중 학부모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