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100대 국정과제, '부자 증세' 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부자 증세'로 100대 국정과제 실현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문재인정부의 계획은 한마디로 허구다. 그런 방식으로는 필요한 재원의 10분의 1을 겨우 마련하는데 그치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의 계획대로 과세표준 2천억원 이상 대기업 116개사의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연소득 5억원 초과 소득자 4만 명의 소득세율을 40%에서 42%로 올리면 법인세에서 2조7천억원, 소득세에서 1조800억원 등 3조7천800억원이 더 걷힌다는 게 기획재정부의 추계다. 경기상황에 변동이 없다고 가정하면 5년간 18조9천억원이다. 이는 100대 국정과제에 들어가는 돈 178조원의 10.6%에 불과하다.

'부자 증세'를 공식화한 문재인 대통령이나 그 구체적 방법을 제시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런 기초적인 사실을 몰랐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부자 증세' 카드를 꺼낸 것은 그것이 갖는 정치적 함의 때문이다. 부자 증세는 대상자가 반발하기 어려운 도덕적 명분을 갖는다. 그래서 조세 저항도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서민층과 중산층의 지지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정치적 셈법으로는 100대 국정과제를 실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방법은 딱 두 가지다. 100대 국정과제를 대폭 구조조정해 소요 재원을 줄이거나, 아니면 세금을 더 많이 걷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전자를 택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결국 세금을 더 많이 걷는 방법만 남는다.

이를 위해서는 세금을 더 낼 대상을 '부자'에 국한하지 않고 더 확대해야 한다. 그럴 여건은 충분하다. 2015년 기준 근로소득자의 46.5%가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면세자이다. 법인세를 안 내는 기업도 지난해 47.3%였다. 소득세 부담의 편중도 심각하다. 소득세수의 90%를 상위 19%가 낸다. 이런 현실을 그대로 두고서는 178조원의 마련은 어림도 없다.

따라서 문재인정부는 솔직해져야 한다. 잘살게 해줄 테니 중산'서민층에게도 세금을 더 내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권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위험한 정치적 도박이다. 하지만 국민을 속이지 않으려면 반드시 해야 하는 도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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