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 1급 장애를 가진 이윤호(가명'12) 군은 늘 자리에서 누워 지낸다. 건강했다면 초등학교 5학년 나이지만, 윤호는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몸을 가눌 힘이 없었다. 지능도 아직 생후 6개월 수준이어서 '엄마' '아빠'라는 간단한 말도 하지 못하고, 언제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지 몰라 누군가가 24시간 곁을 지켜야 한다. 12년간 아들의 장애와 씨름해온 엄마의 몸과 마음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쳤다. 윤호 엄마는 "혼자 시간을 보낸 적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라면서도 "윤호가 세상에서 의지할 곳이 엄마밖에 없으니 힘들다는 생각도 사치"라고 했다. "제 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아픈 아들에게 왜 그렇게 열성이냐고 해요. 그래도 윤호에겐 세상의 전부가 저일 테니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주고 싶어요."
◆생후 6개월에 뇌병변장애 진단받아
윤호 엄마는 태어난 지 100일이 지나도록 고개를 가누지도, 눈을 맞추지도 못하는 아들을 조금 이상하게 여겼다. 그래도 윤호가 조금 '늦되는 아이'라는 친지들의 위로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예방접종을 하러 찾아간 보건소에서 "아이가 이상하니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권유했고, 생후 6개월이 지날 무렵 뇌병변장애 진단을 받았다.
윤호 엄마는 절망할 틈도 없이 치료법부터 수소문했다. 좋다는 병원을 찾아다녔고, 재활'물리치료에 매달렸다. 아이의 덩치가 커진 뒤에도 등에 업고 버스를 갈아타며 병원에 다녔다. 윤호 엄마 자신의 삶은 어디에도 없었다. 가래를 없애고, 때맞춰 약을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며 꼬박 밤을 지새우는 날도 잦았다. 낮에는 밀린 집안일을 하며 큰딸을 돌봤다. 지속적인 수면 부족과 피로가 겹치면서 우울증을 겪었고, 체중이 80㎏까지 늘기도 했다.
남편은 아내와 달랐다. 아내와 큰딸을 몹시 아꼈던 남편은 둘째 아이가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가정에 소홀해졌다. 평생 장애를 안고 가야 한다는 이야기에 크게 낙담한 후로는 매일 늦은 밤까지 술을 마셨고, 아내에게 화풀이를 했다. 수년간 같은 생활이 반복되면서 집 안에는 늘 냉기가 돌았다. "둘째는 아들을 정말 원했던 제가 남편을 설득해 낳았어요. 그래서 제가 이 모든 상황을 만든 죄인 같았죠. 집안일에 아이 뒷바라지까지 너무 힘들었지만 남편에게 의지하는 건 꿈도 못 꿨어요."
◆날로 커지는 치료비 부담에 한숨
윤호가 온종일 누워 지내면서 집 안은 각종 약과 의료기기로 가득 찼다. 동시에 경제적'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이 계속됐다. 윤호가 만 7세가 되고,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게 되면서 상황이 조금 나아지는 듯했다. 병원에 데려다주거나 약을 먹이고 돌보는 일을 활동보조인과 함께 하면서 큰 수고를 덜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는 힘든 상황이 지속됐다. 윤호 아빠의 수입은 별반 달라진 게 없지만 윤호에게 들어가는 병원비는 늘기만 했다. 최근에는 윤호가 갑상선기능저하증에 지적장애 1급으로 중복장애 판정을 받으면서 재활'물리치료 부담도 더욱 커졌다.
전기설비업을 하는 윤호 아빠의 한 달 수입은 250만원 정도다. 그러나 매달 들어가는 자재'공구 구입에 100여만원이 들어간다. 여기에 윤호의 재활'물리치료, 약값에 수십만원이 들어간다. 남은 돈으로 겨우 월세 20만원을 내고 나면 나머지 세 식구의 생활비로 쓸 수 있는 돈은 턱없이 부족하다. 면역력이 약한 윤호가 폐렴 등으로 입원이라도 하게 되면 주변의 도움을 구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래도 윤호 엄마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힘든 중에도 가끔 웃는 표정의 아들을 보면 너무 행복해요. 아들의 건강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게 삶의 가장 큰 보람이에요."
.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