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존심을 가지고 살아간다. 자존심은 잘 다루면 명마가 되지만 잘 못 다루면 어디로 뛸지 모르는 야생마와 같다. 영원히 깨어지지 않을 것 같은 연인 사이도 자존심에 상처를 받으면 한순간에 깨어질 수도 있다. 자존심이 무서운 것은 사소한 것에서 상처를 받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상대가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엉뚱한 데서 당하기도 한다.
대학 시절의 이야기다. 어느 날 데이트 중에 상대에게 작정하고 내가 아는 잘나가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하며 그녀들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그렇게 하면 그녀가 나를 더 좋아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그 후 그녀는 이유도 없이 약속 시간에 두 번이나 나오지 않았고 그전보다 더욱 쌀쌀맞게 굴었다. 심지어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보름 정도 지난 후 힘들게 그녀를 만났다. 그녀의 얼굴이 눈에 띄게 수척해져 있었다. 나는 그녀가 두 번이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꼭 짚고 넘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한테서 자신 이외 다른 여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 아느냐?"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당신은 나밖에 모르는 줄 알았는데 아는 여자들이 많네요"라고 말하던 그날의 굳은 표정이 떠올랐다. 당시에는 그 말의 의미를 잘 몰랐지만, 그 말에는 분명히 가시가 있었다. 좀 더 잘 보이려고 부풀려 한 말이 오히려 그녀에게 큰 상처를 주어 예기치 못한 보복을 당한 것이었다.
'연인 사이에 그런 이야기도 못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질투는 대부분 가까운 사이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사랑할수록 질투의 불길이 더 세기 마련이다. 질투심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연인 사이에 질투심이 없다면 연인이 아니다. 문제는 상대가 질투심을 쉽게 표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인이나 부부는 상대의 질투심에 불을 붙이지 않아야 한다. 심지어 자기 자랑도 질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연인에게 자신이 왜소하게 비치는 것에 대해서는 참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은 약간 빈틈이 있는 사람에게 더 마음이 가는 법이다. 나로 말미암아 상대가 더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 때 사랑은 더욱 깊어진다. 내가 아니라도 상대가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 사랑은 식기 시작한다. 겸손은 모든 인간관계에서 필요하다. 겸손도 엄밀히 말하면 좀 더 사랑받고자 하는 욕망의 다른 표현이다. 겸손은 상대방을 우월한 입장에 서게 하여 더욱 관대하게 만든다. 지나친 겸손으로 오만하게 비치지만 않는다면 겸손은 상대를 더 부드러운 사람으로 만들어 상대의 사랑을 더 받기 위한 고차원적인 전략이다. 혹여 겸손 때문에 상대가 오만해지더라도 자존심에 상처를 받아 신음하는 사람보다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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