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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돈이 돌아오는 도시재생] <4> 역사'문화 접목 대표적 모델로 꼽히는 대구 중구

김광석길'근대골목…공공디자인 통해 140만명 찾는 명소로

대구 중구는 근대 인물을 활용한 도시 재생으로 전국에서 손꼽히는 관광지로 거듭났다. 이상화
대구 중구는 근대 인물을 활용한 도시 재생으로 전국에서 손꼽히는 관광지로 거듭났다. 이상화'서상돈 고택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모습. 매일신문 DB
벽화와 설치 장식물을 통해 대구 대표 관광지로 떠오른 근대골목투어 영남대로의 모습. 매일신문 DB
벽화와 설치 장식물을 통해 대구 대표 관광지로 떠오른 근대골목투어 영남대로의 모습. 매일신문 DB

서상돈'이상화 등 근대인물

계산성당 같은 건축물 묶어

근대역사문화벨트로 조성

대구읍성 성돌 모으기 캠페인

민간 주도'주민 참여형 진행

읍성돌 공공디자인 사업 활용

◆상업지역 도시재생에 특화

중구청은 2007년 동성로 공공디자인 개선사업을 시작으로 ▷근대골목 개선사업 ▷대구읍성 상징거리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조성사업 등 현재까지 크고 작은 14개의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했다. 투입된 예산만 763억원에 이른다.

중구 도시재생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상업지역에 역사와 문화를 접목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하루 유동인구가 60만 명에 달하는 중구는 상업지역을 중심으로 한 도시재생사업 즉 '공공 디자인 개선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현재 수많은 관광객이 찾은 근대골목투어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는 근대골목 개선 사업은 역사와 문화를 접목한 대표적인 도시재생 모델로 꼽힌다. 취임 전 이상화기념사업회 공동회장으로 활동했던 윤순영 중구청장은 서상돈, 이상화 등 중구와 인연이 많은 근대 인물과 계산성당 같은 대구의 대표적 근대건축물이 한데 어울리는 근대골목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사업을 추진했다.

2007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일상장소 문화생활공간화 기획컨설팅지원 공모'에 선정된 중구청은 ▷의료선교박물관 ▷대구 최초의 성당, 계산성당 ▷3'1만세운동길 등을 활용한 각종 거리 개선사업을 벌였다. 아울러 근대골목~약령시~종로'진골목~경상감영공원~향촌동~북성로로 연결되는 '근대역사문화 벨트'의 주춧돌을 쌓았다.

◆주민 참여형 도시재생사업

중구 도시재생의 또 하나의 특징은 민간 주도, 주민 참여형이라는 점이다. 중구청은 동성로 프로젝트를 막 시작할 때 민간에서 주도하는 '동성로공공디자인사업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공공성과 예술성, 기능성을 두루 갖추기 위해서였다. 전문가 7인, 상인 대표 2인, 시민단체 2인, 문화체육관광부와 대구시'중구청 공무원 3명으로 구성된 추진위는 2007년 8월 ㈜아뜰리에17 대표인 건축가 권문성 씨를 총감독으로 선출했다. 공간 구성은 도현학 영남대 교수와 조만태 미르 건축대표가 맡기로 결정했다.

당시 위원회는 '대구읍성 성돌 모으기 시민기증' 캠페인을 벌여 큰 호응을 얻었다. 동성로가 일제에 의해 파괴된 대구읍성의 옛 성곽이었다는 점에서 착안해 개천이나 습지에 매립됐거나 여타 건축물의 주춧돌 등으로 흩어진 읍성돌을 기증받아 디자인 사업에 활용한다는 계획이었다. 아울러 전문가와 주민들이 머리를 맞댄 타운홀 미팅에서는 현 이상화 고택 주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최찬식 청구대학 설립자 아들을 초청해 과거 계산동에 대한 생생한 증언을 얻기도 했다.

◆주민과의 마찰 해결은 난제

중구 도시재생의 효시는 동성로 공공디자인 개선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어려움도 상당했다. 구청 직원들은 실시설계 업체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고, 주민 갈등을 해결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일반적인 토목이나 건축과는 달리 문화와 역사를 반영하는 디자인이다 보니 설계할 업체를 구하기가 어려워 향토업체에 애향심을 호소한 끝에 계약을 맺었다"고 귀띔했다.

주민과의 마찰을 해결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국채보상로 옛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 건으로 주변 상인들과 마찰을 빚은 일은 지금도 회자되는 사례다. 당시 전문가 그룹은 시민들의 이동 흐름을 유지하고 디자인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횡단보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동성로 지하상가 상인들은 횡단보도가 교통 흐름을 막고 상권을 침체시킨다는 이유로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교수를 찾아가는 등 강하게 항의했다.

◆주거환경 개선사업은 숙제

문재인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재건축'재개발 정책에서 벗어나 '마을 만들기'처럼 주거지역 재생에 초점을 맞춘다. 주거환경이 열악한 곳을 중심으로 경로당, 공원, 주차장 등을 구축해 대규모 아파트단지 수준의 주거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중구도 20년 이상 노후건축물 비율이 77.6%에 달해 앞으로는 주거환경 개선사업이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중구청 관계자는 "낙후된 주거지와 신천변 생태환경을 개선하는 '동인삼덕지구 생태문화골목길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노후 주거지역을 대상으로 소규모 정비사업을 꾸준히 발굴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골목'에서 길 찾은 중구 도시관광

관광객 2008년 287명→2016년 139만9072명

전문가들은 근대골목투어의 방문객 증가는 도시재생사업의 '긍정적 파급효과'를 낳는다고 강조한다. 도시재생사업→방문객 증가→지역 이미지 개선→상권 재형성→또 다른 도시재생사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지속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10여 년간 중구를 찾는 관광객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중구청에 따르면 근대골목투어 방문객은 2008년 287명에서 2014년 67만 명, 2015년 114만5천101명, 2016년 139만9천72명으로 껑충 뛰었다.

이 덕분에 중구는 각종 관광 관련 상을 휩쓸었다. 근대골목투어는 2012년 서울 5대 궁궐, 부산 해운대, 인천 차이나타운 등과 함께 대구에서 유일하게 '한국관광의 별'과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관광지 100선'에 선정됐다. 둘 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며 국내 관광의 '대표 스타'를 선정, 시상함으로써 국내 관광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다.

근대골목투어와 김광석길의 영향력은 빅데이터로도 인정받았다. 지난 2015년 한국관광공사는 3년간(2012~2014년) 블로그, 트위터, 커뮤니티 등에 축적된 총 720만 건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한국관광100선'을 뽑았는데, 근대골목투어와 김광석길도 당당히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대구경북연구원은 '대구 관광, 대표자원 30선으로 도약 중'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대구 관광이 골목에서 길을 찾았다. 근대골목투어는 방문객 급증과 함께 지역 이미지 개선, 상권 재형성 등 문화기반 도심재생의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등 긍정적 파급효과를 지속적으로 양산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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