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기질을 기반으로 배달 음식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가족 형태의 변화에다 빠르게 한 끼를 해결해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배달 음식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하지만 배달 음식을 나르는 이른바 '배달맨'의 안전은 증가하는 수요에 반비례하며 각종 위험에 노출돼 있다. 대표적인 사회적 약자이지만 누구도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에 매일신문과 대구경찰청은 공동 기획 '좀, 늦어도 괜찮아요!' 시리즈를 통해 후진적 배달 문화 탓에 생사를 넘나들어야 하는 배달맨의 애환과 실태, 대책 등을 싣는다.
◆배달맨 절반이 교통사고 경험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음식업 이륜차 사고 부상자는 2014년 1천651명, 2015년 1천713명, 2016년 1천570명에 이르렀다.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같은 기간 29명, 40명, 25명으로 매년 평균 31명이 죽고 1천600여 명이 다쳤다.
하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는 피해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당수 음식점이 배달원을 직접 고용하는 대신 배달 대행업체를 이용하는 식으로 간접 고용하는 탓에 음식점 이륜차 사고 집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조사에서는 배달맨의 절반이 연 1회 이상 교통사고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6월, 배달맨 241명을 대상으로 '지난 1년 동안 오토바이 교통사고 경험 유무'를 묻자 110명(45.6%)이 '사고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일을 시작하기 전 안전 관련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느냐'를 묻는 질문에는 '안전교육을 받았다'는 응답이 47%(114명)에 불과했다. 절반 이상은 아무런 안전 교육 없이 배달 업무를 하고 있는 셈이다. 교육을 받았다는 114명도 교육 시간이 평균 2시간에 불과했고, 1시간 이하 교육을 받은 사람이 67%였다.
경찰도 배달업체와 학교 등을 대상으로 이륜차 교통사고 안전교육과 캠페인 등을 펼친다. 하지만 사고 비율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대구경찰청은 ▷이륜차 배달업체 배달원 대상 안전교육 실시 ▷안전배달 가이드 제작 및 배부 ▷사고 다발 고등학교 방문교육 ▷중'고교 이륜차 교통사고 예방 당부 서한문 발송 ▷이륜차 법규 위반 집중 단속 등에 나서고 있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배달맨은 사고 가능성이 상존하고 특히 고교생 배달맨도 적지 않아 평소에도 꾸준히 안전교육과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빨리빨리' 대신 '안전하게'
배달맨들의 이륜차 사고가 잦은 배경에는 '시간이 생명'이라는 배달업계의 '관행'이 있다. 음식점 점주나 손님 모두 최대한 빨리 음식 배달을 요구하는 탓에 교통 체증이나 도로 상황 등과 무관하게 정해진 시간에 배달을 완료해야 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배달 지연 등 배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경우(복수응답)에 배달맨 38%가 '자신의 돈으로 음식값을 변제해야 한다'고 답했고, '건당 일정 금액을 물어낸다'고 대답한 비율도 35%에 이르렀다. 배달이 늦어지면 배달맨이 고스란히 손해를 감당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교통사고 예방교육이나 캠페인보다 '빨리빨리 문화' 개선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건당 수수료를 받는 특수고용 형태의 배달원들이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현실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찬임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빨리빨리 문화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뿌리 깊은 관행을 바꾸는 게 쉽지 않겠지만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배달원들이 갖는 근로자로서의 자격도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 이들은 개인사업자여서 산재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지만, 노무 실태를 보면 근로자에 가깝다. 산재 혜택 등을 받을 수 있어야 근본적으로 배달원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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