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부, '탈원전'도 좋지만 주민 사정부터 살펴라

요즘, 동해안 원자력 벨트 주민들은 허탈하고 답답한 심정이라고 한다. 정부가 원전 주변 주민들의 의견이나 경제 사정은 깡그리 무시한 채 원전 6기의 공사 중단, 월성 1호기 폐쇄 검토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민 설득과 후속 대책 없이 일방적인 '탈원전' 정책을 내놓는 것은 너무나 독선적이고 무책임한 짓이다.

정부가 울진 신한울 3'4호기, 영덕 천지 1'2호기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면서 지역 경제는 황폐화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경북도 예상으로는 연간 세수 감소액이 404억원에 이르고, 연인원 기준으로 일자리 감소가 620만 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60년간 원전지역에 대한 법정지원금 2조4천억원과 공시 기간 중의 경제 효과 1조4천억원 등 모두 4조원에 이르는 기대수익이 사라진다.

생산 기반이 거의 없는 농촌 지역에서 4조원이란 금액은 원전이 아니라면 꿈도 꾸지 못할 천문학적인 액수다. 울진, 경주, 영덕 등에서 원전 같은 기피 시설을 유치한 것은 전적으로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다. 원전을 좋아해서 끌어안고 있는 곳은 한 군데도 없고, 좋아하는 주민도 없다. 원전 시설 자체는 불안하고 찜찜하지만, 시골구석에 돈이 풀리고 사람이 모이니 어쩔 수 없이 원전을 가동하게 놔두는 것뿐이다.

원전은 지자체와 주민을 돈으로 유혹해 세워지고 유지돼 온 것이 서글픈 현실이다. 정부와 한수원이 처음부터 경제적 지원을 미끼로 원전을 떠맡기다시피 해놓고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이제 와서 없던 일로 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렇다면, 정부는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대책이나 주민들을 달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내놓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정부는 아직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

탈원전은 시대의 흐름인지 모른다. 그렇지만, 주민 희생을 담보로 오로지 탈원전만 앞세우는 것은 반시대적이다. 울진, 영덕에서 원전 건설이 중단되면 경제적 손실과 박탈감을 상쇄할 수 있는 대안적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경북도가 '원자력 안전 연구단지' 조성을 그 대안으로 내놨는데, 충분히 검토할 만한 제안이다. 정부는 주민 의견을 널리 청취하고 대안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