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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어도 괜찮아. 매일신문·대구경찰청 공동기획] 배달원 생명보다 앞선 '신속 배달'

이륜차 교통사고 작년 1116건, '빨리빨리' 외치는 소비자와 대행업체 경쟁 사이 안전 위협

3명의 가족 생계를 책임져온 50대 가장, A씨는 지난 6월 1일 안타깝게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네거리에서 신호를 위반한 승용차가 햄버거 배달에 나선 A씨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 A씨는 낮에는 햄버거 배달, 야간에는 퀵배송업체 배달을 하는 '배달맨'이었다.

배달음식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배달맨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빠른 배달'이 배달원들의 안전보다 우선시되는 풍조 탓이다.

전체 교통사고가 줄고 있는 추세 속에 이륜차 교통사고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대구에서 발생한 이륜차 교통사고는 2012년 853건, 2013년 909건, 2014년 984건, 2015년 1천114건, 지난해 1천116건으로 매년 늘었다. 또 이륜차 교통사고로 이 기간 동안 연평균 17.4명이 목숨을 잃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이륜차 교통사고로 죽거나 다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A씨 같은 배달맨이라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실제로 올 들어 대구에서 발생한 2건의 이륜차 사망사고도 모두 배달맨이었다.

이처럼 배달원의 이륜차 교통사고가 잦은 근본적 원인은 '빨리빨리 문화'에 있다. 배달맨들의 오토바이가 중앙선을 넘나들고, 좁은 차량 틈을 '칼치기'로 빠져나가고, 인도 위를 달리는 등 위험천만한 모습을 보이는 게 결국 '시간 내 배달'을 위해서다. 한 40대 배달원은 "배달시간이 늦으면 본인의 돈을 물어내야 하는 등 불이익이 있다. 배달맨들은 빠른 시간 내에 가지 못하면 손님에게도, 음식점 업주에게도 좋지 않은 소리를 듣는다. 결국 생계를 위해 목숨을 내놓고 달릴 수밖에 없다"며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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