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건축·재개발 외지업체 독식, 대책 없는 대구

지역 하도급업체 참여 늘려야 자본 역외 유출 막을 수 있어

노후 주택 밀집 구역을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개발하는 대구 도시정비사업이 수도권, 외지 업체의 잔치판으로 전락한(본지 7월 24일 자 1면 보도) 가운데 지방정부와 지역 건설기업의 강력한 대응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아파트 시공사를 선정한 대구 정비사업 구역은 모두 4곳으로 하나같이 수도권, 외지 업체가 수주했다. 구역별 공사 수주액은 ▷1월 계룡건설 1천973억원(대구 남구 대명동 골안지구) ▷3월 대우건설'포스코건설 컨소시엄 2천315억원(수성구 파동 강촌2지구) ▷6월 현대산업개발(수성구 범어우방1차) 968억원 ▷7월 중흥건설 876억원(달서구 두류동 달자03지구) 등이다. 지역 건설업체로서는 올해에만 벌써 총 6천132억원 규모의 아파트 공사액을 타 지역에 뺏긴 셈이다.

지역 부동산 경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2014년 이후 정비구역마다 시공사 선정이 잇따르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1군 대형 업체 선호와 역외 업체들의 거센 공세가 맞물리면서 이 같은 역외 업체 독식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매일신문 분석 결과 올해 6월 말 현재 213곳의 대구 도시정비구역 중 시공사 선정을 완료한 단지는 85곳으로 이 가운데 62곳(73%)이 외지 업체였다.

업계는 이 같은 정비사업 독식의 가장 큰 폐해로 '자본 역외 유출'을 꼽고 있다. 시공사로 선정된 외지 업체들은 토공, 석공, 심지어 도배까지 지역 업체의 하도급 참여를 배제하면서 연간 수천억원이 타 지역으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이 잇따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지방정부의 무관심과 지역 건설기업의 소극적 자세가 이 같은 역외 유출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대구도시정비사업에 대한 지역 하도급률 및 부가가치 유출에 대한 정확한 실태 조사는 아예 전무한 실정이다, 대구시가 지역 업체의 시공사 및 하도급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완전히 손을 놓은 결과다.

반면 부산의 경우 이미 지난달 8일 전문건설협회, 건설협회, 주택건설협회 공동 주최로 '부산 정비사업 지역건설사 시공 참여 확대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 자리에서도 역시 시공 및 하도급률이 낮아지면서 지역의 부가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자본 역외 유출이 화두로 떠올랐다.

업계는 현재 상황에서 역외 유출을 차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기존 법망을 최대한 활용하고 강화하는 방안을 꼽고 있다. 대구시 경우 민간 건설 공사의 지역 건설업체 참여율을 70% 이상으로 권장하는 조례안을 두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선 사문화된 지 오래다. 또 지역 건설업체를 시공사로 선정하는 정비구역에 최대 15%까지 용적률을 향상시켜 주는 대구시 조항 역시 외지 업체들의 무차별 공세엔 아무런 힘이 되지 못하고 있다.

지역 건설업체 관계자들은 "대구시가 현행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지역 시공업체에 대한 보다 강력한 인센티브 제도와 지역 하도급업체 참여 비율을 실질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더불어 호남, 대전, 부산 등 경쟁 지자체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결속력이 약한 지역 건설업체 역시 자본 역외 유출 차단에 총력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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