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최모(65) 씨는 낮에 졸리고 무기력한 증상에 시달렸다. 다리에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 탓에 좀처럼 밤잠을 이루지 못해서다. 스멀거리는 느낌은 다리를 움직일 땐 괜찮아졌다가 가만히 있으면 재발하길 반복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니 낮에는 꾸벅꾸벅 졸거나 매사 의욕이 떨어졌다. 결국 최 씨는 '하지불안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시작한 후에야 제대로 잠을 잘 수 있게 됐다.
하지불안증후군은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과 함께 불편하고 불쾌한 감각을 느끼는 만성 신경질환이다. 주로 저녁이나 잠들기 전에 증상이 나타나며 다리를 움직이면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 다리의 감각 이상은 수면을 방해해 불면증과 우울증을 유발하고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불면의 밤'을 부르는 불쾌한 느낌
하지불안증후군은 성인 중 6~8%가 겪을 정도로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다리에 벌레가 기어가거나 스멀거리는 느낌이 드는 게 특징. 간혹 다리가 터질 것 같거나 쥐어짜는 듯한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 힘들고, 다리를 움직이면 증상이 나아진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수면장애의 원인이 된다. 다리의 감각 증상으로 쉽게 잠들지 못하거나 자다가 깨는 일이 잦다. 이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기 어렵고 피로감에 시달리며 매사 의욕이 떨어진다.
다리의 감각 이상은 양쪽 다리에 대칭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감각 증상을 느끼는 부위는 종아리가 가장 흔하고, 정강이와 허벅지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오랫동안 방치하거나 중증으로 발전하면 몸통이나 팔에도 감각 증상을 겪는다.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은 주로 저녁에 시작된다. 가만히 있을 때 불쾌한 느낌이 나타나고 오래 움직이지 않을수록 불편한 감각이 커진다. 다리를 움직이거나 주물러 주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나아지지만 일시적인 효과에 불과해 밤새 잠을 설치게 된다. 초기에는 잠자리에 가만히 누워 있을 때 감각 증상이 나타나지만 악화되면 초저녁이나 낮 시간에도 불쾌한 느낌을 받는다.
◆간단한 약물치료로 호전 가능
하지불안증후군은 철분이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결핍이 주된 원인으로 추정된다. 증상이 경미하거나 드물게 일어나는 경우에는 비약물적 치료로도 조절이 가능하다. 비약물적 치료는 증상을 악화시키는 수면 부족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우선 충분히 잠을 자고 수면 습관을 규칙적으로 지킨다. 숙면을 방해하는 과음이나 카페인 음료, 과식 등은 삼가야 한다. 자기 전 가벼운 운동이나 스트레칭, 맨손체조, 다리 마사지 등도 잠드는 데 도움이 된다.
약물치료는 도파민 작용제나 벤조디아제핀제, 일부 항경련제가 사용된다. 도파민 수용체 작용제는 감각 이상이나 움직이고 싶은 충동을 해소하는 데 효과가 높다. 잠들기 1, 2시간 전에 한 차례 약을 복용하되, 투약 시간은 증상이 일어나는 시각에 따라 조정한다. 감각 증상이 오후 8시쯤 시작된다면 오후 7시에는 약을 복용하는 방식이다.
벤조디아제핀제는 불면증이 심한 경우에 도움이 된다. 자기 전에 약을 먹으면 다리의 감각 증상과 뇌파의 각성을 효과적으로 감소시켜준다. 가바펜틴이나 프리가발린 등 항경련제도 다리 통증이나 수면장애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김지언 대구가톨릭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하지불안증후군은 수면장애을 일으켜 주간 지능저하나 우울증 등을 동반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며 "약물치료 효과가 높으므로 적극적으로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김지언 대구가톨릭대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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