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의 여름철 폭염을 정리한 기상청 자료(2016 이상기후 보고서)가 금년 초에 발간되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2016년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고온의 해였는데, 평년보다 1℃ 이상이나 높았다. 여름이 시작되기 이전인 5월 하순에 대구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되기도 하였으며 7월 말에서 8월 말까지 북태평양 고기압 및 중국 대륙에서 발달한 대륙 고기압의 영향으로 기록적인 폭염이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폭염일이 22.4일, 열대야 발생일이 10.8일에 이르렀는데, 이것은 평년의 거의 두 배였다. 농지 약 1만6천600㏊에 고온 피해가 발생했다. 또 가축 444만여 마리가 폐사하고 온열 질환자가 전년보다 배나 증가한 2천여 명에 이르렀다. 대구는 7월 초부터 8월 말까지 폭염이 이어졌고, 폭염일수도 전국 평균의 두 배 정도였다. 이러한 폭염은 점차 심각해져서 금세기 중반쯤에는 폭염일수가 지금보다 3배 이상 증가해 80일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폭염의 원인은 지구온난화와 도시화에 있으며, 이 두 요인을 줄여야 폭염을 완화할 수 있다. 산업혁명이 시작될 당시에 3억 명 정도에 지나지 않던 인구가 오늘날 72억여 명으로 늘어난 것은 화석연료 덕분이다. 화석연료로 인해 인류는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되었지만 그 대가로 발생한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를 가져와 폭염을 가중시키고 있다.
폭염의 또 다른 원인은 도시화에 있다. 대도시의 기온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지구온난화보다 도시열섬의 효과가 훨씬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시열섬의 가장 큰 원인은 아스팔트 도로와 건축물이 늘어나면서 토양과 녹지가 사라지는 것에 있다. 인공 구조물은 낮에 태양에너지를 더 많이 흡수하고 더 많이 저장한다. 이에 따라 도시의 지표 온도와 기온은 상시적으로 교외에 비하여 높은 상태가 된다.
대구 도심지의 열 환경을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2013년 3월에 다수의 기온 관측망을 설치하여 기온의 공간 분포를 계속 관측해 오고 있다. 이 자료로 대구기상지청과 대구 도심지 간의 기온 차를 분석해 보았다. 2016년의 폭염 기간(7월 6일~8월 26일)을 대상으로 기온의 시간 변화를 살펴보면 일 최고기온과 최저기온이 대구기상지청에서는 32℃(오후 2시)와 23℃(오전 6시) 내외로 나타났고, 도심지에서는 이보다 훨씬 높아서 35℃(오후 3시)와 27℃(오전 7시) 정도로 나타났다.
대구의 도시열섬을 억제하려면 도심지의 열용량을 낮추는 각종 첨단기술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이에 유용한 기술로, 옥상에 흰색의 방수 처리를 하여 표면 온도를 대폭 낮추는 쿨 루프(Cool Roof), 기존 아스팔트 도로의 표면 온도를 천연의 토양 수준으로 낮출 수 있는 차열성 포장, 건축물의 외벽 단열성을 높이는 쿨 월(Cool Wall) 등을 들 수 있다. 대구의 폭염을 이러한 첨단기술 산업 육성의 좋은 계기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은 대구의 시정을 책임지고 있는 자들의 책무이다.
대구시는 폭염 쉼터 제공과 열사병 환자 구제책과 같은 일과성 응급 대책 일변도에서 벗어나서 도심지의 열 환경 실상을 바탕으로 적절한 도시열섬 대책을 수립하고 실천하여 폭염으로부터 시민 건강을 지키려는 진지한 노력을 시작하여야 한다. 이것은 시민, 전문가, 공무원들이 모여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도출하는 장을 마련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지난해 도시 기온 1℃ 낮추기 프로젝트를 수립하고, 금년 초에 시민, 전문가, 공무원이 함께 머리를 맞대 구체적 방안을 만들어 실천에 나선 광주시의 자세를 배워야 한다. 대구시는 대구 비전 2030을 통해서 도시의 체감온도를 2030년까지 2℃ 낮추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 이를 구현하는 일은 아주 어려운 문제이다. 대구시는 시민과의 약속을 어떻게 지키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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