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미 시민역량 결집할 기구가 필요하다"

단체장·국회의원 등 선출직 주요 현안마다 엇박자…소통 이끌어 내지 못해

구미지역에서 최근 단체장'국회의원 등 선출직들이 지역 현안을 놓고 엇박자를 내는 경우가 잦아지자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민연대 등 범시민기구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 없이 소통과 협치로 뭉쳐 시민동력을 결집하는 시민 중심의 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올 들어 구미 경제 위기의 해법 제1순위 등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던 '구미 KTX 접근성 개선' 문제의 경우, 시장과 국회의원이 개선 방식에 있어 한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최근 구미 5국가산업단지 분양가 인하 문제도 국회의원'구미시의원 등이 다른 방안을 내놓는 등 사전 협의'조정이 안 되고 있다.

앞서 구미에는 지역 여론을 한데 모으고 이를 관철시키는 역할을 맡던 '구미사랑시민회의'(회장 이용원 전 구미시의회 의장)라는 범시민기구가 있었다. 경제'사회'시민 등 56개 단체가 참여했고, 회원이 1만 명을 족히 넘을 정도여서 2006년 말 출범 때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07년 2월 경영상 어려움을 겪던 LG필립스LCD㈜의 주식 1주 갖기 운동을 범시민운동으로 확산시켰다. 시민들은 2개월 동안 20만7천747주(66억원 상당)의 주식을 샀다. 그 후 수개월만에 이 주식은 40% 이상 올랐다. 주식갖기 운동 이후 회사는 흑자로 돌아섰고, 주식을 샀던 시민들도 큰 덕을 봤다. 구미 시민의 저력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 중 하나로 꼽힌다.

아울러 지난 2010년 8월 개통을 앞둔 KTX 김천역의 역사 명칭을 두고 김천'구미 양 도시 간 감정의 골이 깊었을 때 이 기구가 적극 나서 역사 명칭을 '김천'구미역'으로 이끌어 냈다. 이런 노력이 없었더라면 역사 명칭은 김천역이나 김천'구미역이 아니라 엉뚱한 제3의 이름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이 기구는 5년여 전부터 사실상 활동을 거의 중단하고 있다. 각종 선출직들이 이 기구에 정치적 이해관계를 부여하면서 건전한 시민의식을 가진 인사들이 떠나기 시작했고, 서서히 활동이 위축되면서 사실상 기능이 멈춘 것이다. 선출직들이 기구의 활동이 자신의 입지에 조금 불리한 작용을 하면 외압'무시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압력을 행사한 탓에 건전한 의사 결정을 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구미사랑시민회의 측은 "현 회장이 수년 전부터 사임 의사를 밝혀 후임자를 다각도로 물색했으나 이런저런 이유 등으로 걸맞은 후임 회장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좁은 지역사회에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건전한 시민활동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구미경실련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구미사랑시민회의'의 활동이 재개될 때까지 '구미사랑시민연대' 결성을 제안했다. 지역 경제'사회단체 관계자들은 "시민기구가 제 역할을 하려면 다양한 의견과 건전한 비판을 경청하는 선출직들의 혁신과 배려가 우선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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