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촌이 원수지간 된 '황당 건축법'

주거용 오피스텔 신축 때 건물 사이 거리 규정 없어 공사 시작되자 민원 다툼

'주거용 오피스텔' 신축 문제를 두고 사이 좋던 이웃사촌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건축법에서 준주택으로 분류하는 주거용 오피스텔은 옆 건물과 이격 제한이 없어 일반 단독주택처럼 민법에 따라 50㎝만 띄우면 되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대구 수성구 상동 주택가에 나란히 붙은 2층 단독주택에서 수년째 살아온 이모(55) 씨와 신모(54) 씨는 흉금을 터놓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사이가 크게 틀어지기 시작해 이제는 불편한 관계가 됐다. 이 씨가 살던 집을 허물고 주변 대지를 구입해 7층 규모 주거용 오피스텔(13가구)을 신 씨 집 담벼락과 닿을 만큼 가깝게 신축한 게 발단이었다.

공사가 시작되자 신 씨는 "오피스텔은 용도 및 규모가 공동주택에 준하는 건축물임에도 별도 이격 규정이 없어 이웃 주민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며 대구시청과 수성구청, 국가권익위원회 등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다. 건축법과 대구시 건축 조례 등에 따르면 인접 대지 경계선으로부터 건축물까지 띄워야 하는 거리는 아파트는 3m 이상, 연립주택은 1.5m 이상, 다세대주택은 1m 이상으로만 규정하고 있다.

이 씨도 억울함을 호소한다.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자신이 큰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오해를 받는다는 하소연이다. 두 사람 간 갈등이 심각해지자 주변 이웃들의 중재로 이 씨는 지난 5월 신 씨에게 수백만원의 보상비를 지급하고, 신 씨 주택에 각종 보수공사를 해주기도 했다.

수성구청은 양쪽에서 제기하는 민원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최근 상업지역에 주로 건립되던 오피스텔이 주거지역에도 들어서면서 이 같은 갈등이 종종 나타나고 있다"며 "규제 완화만을 강조해온 현행 주택법과 건축법이 이웃 간 갈등을 조장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알려왔습니다=7월 27일 자 본지 9면 '이웃사촌이 원수지간 된 황당 건축법' 기사 중 '수백만원의 보상비를 지급했다'는 부분에 대해 신모 씨와 이모 씨는 현재까지 금전거래는 없었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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