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희구의 시로 읽는 경상도 사투리] 대구국채보상운동과 서상돈과 대한의 사람들

어럽은 친구가 진 빚

대신 갚아주는 사람은

친구 손톱 밑에

가시 빼주는 사람이요

없이 사는 이웃사촌이 진 빚

대신 갚아주는 사람은

이웃사촌 허리에 매인

바늘 빼주는 사람이요

나라가 왜놈들에게 진 빚

대신 갚아주는 사람은

백성들 가슴에 백힌

쇠못 뽑아주는 사람일세

그것도

이천만 동포 하낱 하낱

가슴에 백힌

쇠못 이천만 개나

뽑아주는 사람일세

(시집 「대구」 4집 『권투선수 정복수』 대구의 인물편 오성문화 2016)

우리 민족의 애국계몽사상을 선양하기 위해 설립된 대구 광문사는 1907년 1월 29일 대구광문사 문회의 회명을 대동광문회(大東廣文會)라 개칭하기 위한 특별회의를 열고, 회의를 마친 후 그 자리에서 대동광문회 회원이며 광문사 부사장인 서상돈이 국채보상 문제를 발의했다. 이 운동의 발기인은 김광제, 서상돈, 박해령, 김윤란, 장상철 등이지만 이 운동이 제창되자 서문시장의 콩나물 장수, 술장수, 밥장수, 떡장수를 비롯한 영세상인들의 열화와 같은 호응과 담배라도 끊어 의연(義捐)을 거두자는 대구 단연회(斷煙會)가 결성되고 대구 남일동에서는 여성들이 중심이 된 남일동패물폐지부인회가 결성되어 패물을 의연하고 앵무(鸚鵡)를 비롯한 기생들마저 들고 일어나 전국에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 나갔다. 이렇듯 대구국채보상운동의 특징은 영반과 상놈, 부자와 가난뱅이, 귀인과 천인 등 온갖 계층의 대한사람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일으킨 민족운동이라는 데에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주도 경제자주권 회복 운동인 대구국채보상운동은 당국에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등재를 신청하고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어럽은 친구: 생활이 쪼들리는 친구

*없이 사는: 가난하게 사는

*하낱 하낱: 하나하나

*백힌: 박혀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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