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좌완 에이스로 쑥쑥 크는 백정현…선발로 4승 1패 방어율 3.62

용병 부진 속에 든든한 한 축

삼성 라이온즈의 임시 선발투수 백정현이 호투를 거듭하면서
삼성 라이온즈의 임시 선발투수 백정현이 호투를 거듭하면서 '임시' 꼬리표를 떼고 수준급 좌완 선발 요원으로 변모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이젠 '오키나와 커쇼'가 아니라 '백쇼'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삼성 라이온즈가 오랜 기다림 끝에 수준급 좌완 선발 요원을 얻었다. 불펜에서 임시 선발투수로 보직을 옮긴 뒤 '임시' 꼬리표를 뗄 정도로 호투 중인 백정현 얘기다. 백정현의 역투 덕분에 삼성 마운드도 안정감을 찾고 있다.

25일 NC 다이노스전(3대1 삼성 승)에 선발 등판한 백정현은 7이닝 4피안타 8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 승리 투수가 됐다. 7이닝은 그의 한 경기에서 소화한 최다 이닝. 안정된 제구와 완급 조절로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불펜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펼쳤지만 선발투수로선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올 시즌 불펜에서의 성적은 2승 2홀드, 평균자책점 4.29. 선발 역할을 맡고선 4승 1패, 평균자책점 3.62로 더 나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 백정현은 "불펜에서 뛸 때보다 마운드에서 강약을 조절하는 데 신경을 더 쓰고 있다"며 "체력적으로도 별문제가 없다.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을 챙겨 먹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2007년 데뷔한 백정현은 그동안 '오키나와 커쇼'라 불리곤 했다. '오키나와'는 매년 삼성이 해외 전지훈련을 진행하는 곳. '커쇼'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좌완 투수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의 성(姓)이다. 전지훈련 때 뛰어난 구위를 보여주다 정규시즌만 시작되면 실망감을 안기는 일이 반복된 탓에 붙은 별명이다. 이젠 오키나와 대신 그의 성 '백'을 더해 '백쇼'라고 부르는 이들이 늘었다. 삼성의 기다림이 10년 만에 열매를 맺은 것이다.

백정현이 '만년 유망주' 껍질을 깬 것은 제구가 좋아지면서부터다. 구위는 일찌감치 좋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원하는 곳에 공이 들어가지 않았던 게 부진의 원인. 투구 시 균형을 잡는 데 신경을 쓰고,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떨쳐내면서 한 단계 더 성장했다. 제구가 되면서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조합'의 위력도 더 커졌다.

예전 백정현이 던지는 공 가운데 70% 내외가 패스트볼이었고, 변화구는 대부분 슬라이더였다. 하지만 최근엔 패스트볼 구사 비율이 60% 내외로 줄었고, 주로 던지는 변화구도 체인지업으로 바뀌었다. 그는 "선발답게 오래 던지려고 힘을 조절하다 보니 자연스레 구속이 다소 떨어졌다. 변화구, 특히 체인지업을 많이 던지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고 했다.

백정현은 현재 윤성환과 함께 삼성 선발투수진의 핵이다. 하지만 그는 안주하지 않고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서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내년과 그 이후 그의 활약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그는 "일단 남은 시즌 동안 등판 때마다 6이닝 이상 소화하는 게 목표"라며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변화구도 매일 더 다듬으려고 연구 중이다. 항상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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