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두산동 들안로에서 10년 넘게 고급 일식당을 운영해온 김모(50) 씨는 최근 가게를 정리했다. 지난해 시행에 들어간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으로 반 토막 난 매출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은 탓이다. 김 씨는 "어느 정도 매출 하락이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최저임금도 크게 오를 예정이라 아예 폐업을 결정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수성구를 중심으로 대구 곳곳에서 이름을 떨쳤던 대형 음식점들이 잇따라 문을 닫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구 경기 침체에다 김영란법 시행이 직접적 계기였지만 문재인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결정이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업주들은 "일반적으로 10실 이상의 식당에서 코스 요리를 정상적으로 제공하려면 주방장을 포함해 최소 10명의 직원이 필요한데 지금처럼 매출이 떨어진 상황에서는 도저히 인건비를 감당해 낼 재간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27일 수성구청에 따르면 매장 면적 330㎡(약 100평) 이상인 일반음식점 가운데 올 들어 폐업을 신고한 곳은 6곳에 이른다. 일식'중화요리'샤브샤브'매운탕'한식 뷔페 등 품목도 가리지 않는다. 관련 업계에선 영업을 그만둔 대형 일반음식점이 2015년 8개에서 지난해 19개로 크게 늘어난 추세가 올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에는 330㎡ 이상 일반음식점이 683곳 있으며, 수성구(166곳)'달서구(158곳)'북구(106곳)에 집중돼 있다.
들안로의 또 다른 대형 음식점 업주 박모(60) 씨는 지난 5월쯤 10명이던 직원을 절반으로 줄이고 대신 여동생에게 가게 일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박 씨는 "솔직히 가게를 완전히 정리하고 싶지만 워낙 폐업하는 곳이 많다 보니 인수하겠다는 사람도 잘 나타나지 않는다"며 "한 푼이라도 아끼려면 온 가족이 고생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영업 형편이 어려워지자 업주들은 아예 점심 장사를 포기하기도 한다. 원가를 낮추려는 자구 노력이다. 27일 찾은 들안로 한 고급 횟집은 평일 점심시간임에도 불을 끈 채 영업을 하지 않았다. 낮 시간대 인건비를 줄이고 저녁 시간대에 집중하는 게 오히려 남는다는 계산에서다. 횟집 대표는 "앞으로 해마다 최저임금이 크게 오를 텐데 올해가 아마 생존을 위한 마지막 고비가 될 것 같다"며 고개를 푹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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