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과 사람] 나무를 사랑한 공학도 부부 "동백꽃·진달래 유래 들어볼래요"

조경수 251종 28개 범주로 분류…재배·방제·번식 등 구분해 설명

이광만·소경자 씨 부부.
이광만·소경자 씨 부부.
한국의 조경수 1, 2/ 이광만
한국의 조경수 1, 2/ 이광만'소경자 공저/나무와문화연구소 펴냄

한국의 조경수 1, 2/ 이광만'소경자 공저/나무와문화연구소 펴냄

'한국의 조경수'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경수 251종에 관한 책이다. 수종별로 나뭇잎, 열매, 겨울눈, 수피, 뿌리 사진을 싣고, '조경수 이야기' '조경 포인트' '재배 포인트' '병충해 포인트' '전정 포인트' '번식 포인트'로 구분해 설명한다. 이 책은 조경수 251종을 28개 범주로 분류하고 있는데, 학술적인 근거에 따른 분류는 아니다. 나무의 특징을 중심으로 분류해 전공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쉽게 조경수를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전자 관련 직장인에서 조경수 농부로

지은이 이광만 씨는 1982년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금성사(LG전자)를 비롯해 전자 관련 분야에서 20년 동안 일했다.

"시골에서 자란 덕분에 자연과 더불어 살았어요. 성적에 맞춰 대학에 진학하다 보니 전자공학과를 선택했습니다. 당시 전자공학과 인기가 대단했어요. 결혼을 했고, 직장생활도 충실히 했습니다. 늘 창의적으로 일하려고 노력했다고 자부합니다. 그런데도 어쩐지 새 옷을 입었을 때처럼 어색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어요. 40대 중반쯤 되니까 전자계통의 일을 더는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고민 끝에 직장을 그만두고 조경수 재배를 시작했습니다."

지은이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저 나무가 좋아서, 나무를 키워보겠다고 덤벼들었다. 숱한 실패와 좌절을 맛보면서 이 일을 왜 시작했나 후회도 했다"며 '자연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자신을 여기까지 걸어오게 한 힘이라고 말한다.

◆각 나무마다 흥미로운 이야기 실어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는 나무마다 실려 있는 '조경수 이야기 편'이다. 나무에 얽힌 각양각색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떤 나무가 그 이름을 얻게 된 배경이 등장하는가 하면 역사와 전설이 나타나기도 한다. 때로는 문화재와 관련한 이야기도 곁들여진다.

가령 동백나무의 '조경수 이야기'에는 '18, 19세기 유럽에서는 동백꽃의 인기가 대단했다. 파티에는 늘 동백꽃 코르사주(corsage: 가슴이나 앞 어깨에 다는 꽃다발)가 등장했다. 프랑스의 극작가이자 소설가였던 알렉상드르 뒤마 필스(1824~1895)는 파리의 사교계에서 만난 고급 매춘부 마리 뒤플레시스와 나눈 사랑을 되살려 연극 '동백꽃 여인'을 썼다. 이 연극을 원작으로 나온 오페라가 주세페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이다.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공연에서 여주인공 비올레타는 언제나 가슴에 동백꽃을 달고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진달래 편에는 '진달래의 중국 이름은 두견화다. 두견새, 즉 소쩍새가 울기 시작할 무렵 꽃이 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두견화에는 슬픈 전설이 전한다. 촉나라 망제 두우가 위나라에 망한 후, 다시 나라를 찾으려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죽어 그 넋이 두견새가 되었다고 한다. 한 맺힌 두견새가 피를 토하며 울었는데, 그 피가 진달래 꽃잎에 떨어져 꽃잎이 붉게 물들었다고 한다. 또 두우가 촉나라로 돌아가고 싶어서 "귀촉(歸蜀) 귀촉" 하며 피를 토하듯 운다고도 전해진다. 두견새는 봄이 되면 더욱 슬프게 울어대는데, 한번 우는 소리에 진달래꽃이 한 송이씩 떨어진다고 한다'고 이야기한다.

지은이는 '조경수 이야기 편'을 통해 "나무가 꼭 조경이나 생물학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로도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공학도로 만난 부부, 나무꾼으로 해로

이 책은 이광만 씨와 소경자 씨 함께 썼다. 두 사람은 부부다. 남편 이광만 씨는 조경수 농장을 운영하며, 문화재 조경 일을 한다. 아내 소경자 씨는 대구 송현여중 진로진학상담 교사로 근무하면서 원예치료복지사로 활동하고 있다.

남편은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아내는 화학을 전공했다. 두 사람은 교내 붓글씨 동아리에서 만난 캠퍼스 커플이었다. 둘 다 공학도였지만 자연에 애착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나무를 좋아한다는 것과 조경수를 재배하기 위해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다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남편 이광만 씨가 직장을 그만두고 조경수를 재배하고 싶다고 했을 때 가족들의 반대가 심했다. 가장 강하게 반대한 사람이 아내였다.

"노후를 나무와 함께 살자고, 그러자면 지금부터 준비하자고 오래 설득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무와 관련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소경자 씨는 복지원예사(이전 명칭은 원예치료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원예활동을 통해 사람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일을 하고 있다.

소경자 씨는 "학생들이 원예수업을 무척 좋아합니다. 공부를 잘하거나 못하거나, 성격이 밝거나 어둡거나 간에 원예시간만큼은 모든 학생이 수업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마다, 내가 이 분야를 선택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때때로 병원에서 암환자들과 함께 원예수업을 하기도 하는데, 어르신들이 정말 즐거워하셔서 오히려 제가 더 위로받고, 치유받는다는 느낌이 듭니다"라고 말한다.

◆늦은 출발, 노력과 창의성으로 극복

지은이는 전자 관련 업계에서 20년 동안 일한 뒤 조경업에 뛰어들었다. 보통 사람들과 비교할 때 좀 늦게 나무 관련 일을 시작한 셈이다.

"늦게 시작한 만큼, 또 좋아서 택한 일인 만큼 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2008년 경북대 조경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해 아들 또래의 젊은 학생들과 같이 공부해 2011년 조경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또 경험에 의존해 나무를 재배하는 관행과 달리 각종 서적(외국 전문서적도 포함)을 섭렵했다. 그렇게 얻은 지식과 자료를 바탕으로 책도 썼다. 확보한 지식과 자료를 혼자 가지기보다는 조경수를 재배하는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 조경수 이야기' '전원주택 정원 만들기' '나뭇잎 도감' '겨울눈 도감' '그림으로 보는 식물용어사전' 등이 그런 책이다. 모두 부부가 함께 쓴 책이다.

책에 자연물을 좀 더 생생하게 표현할 수는 없을까, 고민을 거듭하다 자연물을 스캔해서 데이터화하는 방법을 발굴했다. 이 방법으로 특허도 받았다.(특허 출원번호 10-2012-0101853)

또 2015년부터는 나무와 인문학을 접목한 '나무 스토리텔링'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나무를 재미있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나무와 관련된 역사, 문화, 에피소드 등을 소개한다.

◆나무와문화연구소 설립한 부부 "식물 관련 책 20권 쓰겠다"

두 사람은 식물 관련 책을 20권 쓰겠다는 각오로 '나무와문화연구소'를 설립했다. 남편이 조경수를 재배하고 싶다는 뜻을 처음 밝혔을 때 격렬하게 반대했던 아내는 지금 '나무와문화연구소' 부소장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 두 사람은 현재 '성경식물 이야기' '나무 스토리텔링'을 준비하고 있다.

이광만 씨는 "지구환경을 살리고 지키는 데 나무심기만큼 좋은 방법은 없을 것입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나무를 많이 심겠다고 합니다만 더 많이, 더 적극적으로 심어야 합니다. 나무가 너무 많다 싶을 정도로 심어도 결코 많은 게 아닐 것입니다"라고 나무심기를 강권한다.

1권 392쪽, 2권 391쪽, 각권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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