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와대 통신] 산타클로스가 못 오는 곳

문재인 정부가 짠 내년 예산안이 발표된 다음 날인 30일, 청와대 프레스센터인 춘추관에 있던 기자에게 호남에 본사를 둔 한 언론사의 기자가 다가와 물었다.

"TK(대구경북)는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괜찮아요? 우리는 지금 난리인데. 이 정권을 누가 만들어줬는데 이런데요?"

얘기를 듣고 나니 꼭 1주일 전이 떠올랐다. 줄어든 내년 예산 걱정에 국회로 왔던 대구경북의 한 SOC 담당 공무원을 만나 얘기를 하던 중 이 공무원이 던진 말이 꼭 1주일 만에 맞아떨어진 것이다.

"TK가 문재인 정부에 지지를 적게 보냈으니 우리 지역 예산 삭감은 예견됐죠. 그런데 이 정부를 만든 호남은 강하게 반발할 겁니다. SOC 예산은 지역 인프라가 늘어나는 측면도 있지만 해당 지역 경기를 살려 일자리 유발 효과를 냅니다. 이걸 확 깎았으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적잖은 국회의원들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지방의 사정을 청와대가 모른다는 것이다. 경기도에 지역구를 둔 한 여당 국회의원은 기자 앞에서 장탄식을 했다.

"이웃 도시에 IT 벤처단지가 들어오면서 많은 젊은이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 지역구 원룸에 입주했어요. 퇴근 후 늦은 저녁에 집을 얻으러 다닐 때는 교통체증을 몰랐죠. 그런데 막상 집을 얻어 살고 보니 출퇴근이 지옥인 겁니다. 견딜 수 없어 집을 내놔도 집이 나가지도 않고 정말 힘들어합니다. 새 일자리가 생겨 인구는 폭증하는데 도로 여건은 전혀 나아지지 않으니 주민 삶의 질이 형편없어요. 우리 지역에서 가장 급한 복지는 뻥 뚫린 도로인데 이것 참…."

내년 SOC 정부예산은 20% 줄어든 반면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복지 지출(146조2천억원)은 12.9% 늘어났다. 전체 예산의 34.1%다. 복지 지출이 전체 예산의 3분의 1을 넘긴 것은 처음이다.

매일신문이 대학도시 경산으로 통학하는 대학생들의 '지옥 통학길'을 없애기 위해 2012년부터 끈질긴 연속 보도를 통해 천신만고 끝에 국가투자사업으로 만들었던 도시철도 1호선 하양 연장 사업. 이 사업 역시 내년 정부 예산에 대구시 요청분의 3분의 1만 겨우 반영됐다. 개통은 또다시 늦어지게 됐다.

재정지출을 확 늘린 문재인 정부를 산타클로스라고 부르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시원스레 뚫린 썰매길이 없어 '산타클로스 진입 불능 지역'이 된 마을에서 아쉬움에 울고 있는 '복지 사각지대' 아이들은 어찌해야 하나? 산타클로스는 우는 아이에게는 절대 선물을 주지 않는다고 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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