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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가고 싶은 학교도서관

일 년에 한 번 이맘때가 되면 독서토론대회 심사를 하러 공공도서관에 간다. 학생들이 책을 많이 읽고, 친구와 나누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독서토론대회는 2013년부터 올해까지 5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사실 이전까지는 책을 읽고 할 수 있는 활동이 독후감상문 쓰기, 독서 골든벨, 저자와의 만남 정도로 한정되어 있었는데, 이 대회를 통해 책을 나누는 또 하나의 방법을 시도하게 되었다.

2013년 첫해는 돈을 화두로 초중고 급별로 수준에 맞는 책을 골라 찬반 토론을 할 수 있는 논제를 만들어 학생들의 생각을 들어 보았다. 2014년 가족, 2015년 공동체, 2016년 세계시민의식에 이어 올해는 로봇을 주제로 한 책을 읽고 학생들은 토론대회 내내 책에서 알게 된 내용을 바탕으로 서로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로봇이라는 주제는 같지만 학교 급에 따라 수준이 다른 책을 읽은 학생들은 어른 못지않게 4차 산업혁명에 대해 관심도 많고 고민도 많았다. 나이도 학교도 달랐지만, 학생들은 한결같이 미래사회를 대비하려면 책을 읽고 사유하는 힘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놀라웠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열심히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매순간 강조했는데 학생들 스스로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니.

책을 읽는 것이 개인은 물론 공동체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다만, 그것이 타인의 강요에 따라 이루어지는가, 혹은 개인의 자발성에 따라 이루어지는가에 따라 결과가 엄청나게 다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 도서관은 학생들의 독서에 대한 자발성을 키우도록 다양한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

올봄 '힘쎈 여자 도봉순'이라는 드라마를 아주 흥미롭게 보았다. 드라마의 내용과 배우의 연기도 좋았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 장면은 남녀 주인공이 근무하는 회사 내 도서관이었다. 게임을 만드는 회사이니 책과 거리가 멀지 않을까라는 선입견을 품고 있었는데, 남녀 주인공은 아이디어를 얻고자 수시로 도서관을 찾았다. 그곳은 누구나 잠시 쉬었다 가고 싶을 만큼 안락하고 밝았다. 이번에 찾은 공공 도서관도 마찬가지였다. 이용자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인테리어 덕분에 책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도서관 한편에 앉아 책을 읽고, 휴식을 취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였다.

중학생이 되어 초등학생 때보다 학교도서관을 찾지 않는 딸아이에게 왜 그런지 이유를 물은 적이 있다. 아이의 답은 명확했다. 초등학교 때 도서관은 학교의 한중간에 있어서 가기 편했고, 곳곳에 편안한 의자가 있어서 책을 읽고 싶을 때 이외에도 찾아갔지만, 중학교 때는 학교도서관 건물이 외따로 떨어져 있고, 어둡고 왠지 모르게 불편해서 가기 싫단다.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모든 순간 많은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책을 열심히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가야 하는 도서관이 아니라 가고 싶은 도서관이 되면 학생들의 발길은 저절로 그곳으로 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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