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윗사람을 대할 때 지켜야 할 일

높은 자리에 올라간 사람일수록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골라 들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 아랫사람에게 쓴소리를 들으면 체면 때문에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지만 속으로 억지로 참을 뿐이다. 윗사람에게 꼭 필요한 말을 할 때에는 상대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말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전달하는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아무리 맞는 말이라도 쓴소리를 듣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손윗사람을 대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상대의 자존심을 자극하여 곤란한 일을 겪는 경우가 있다. 오래전에 친구들과 저녁 식사 후 2차 자리를 가졌다. 그곳에서 재치 있는 여종업원이 서빙을 했는데 처음에는 분위기가 좋았다. 분위기가 한창 익어갈 무렵 한 친구가 갑자기 그녀에게 버럭 화를 내는 것이었다. 좋았던 분위기가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듯 싸늘해졌다. 그 친구는 '종업원이 손님에게 가르치려고 해서 화가 났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대화의 흐름을 깨지 않으면서 자신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그녀가 '괜찮은 철학을 가지고 있는 여자'라고 생각을 했는데 화를 낸 친구는 '감히 종업원이 고객을 가르치려고 한다'라고 생각을 한 것이다. 그녀가 손님에게 가르치려고 한 말은 아니었지만 손님의 입장에서 '술 마시러 와서 종업원에게 철학 강의를 들어야 하나'라고 생각을 했던 것이다.

공자는 윗사람과 교제할 때 피해야 할 행동으로 '묻지도 않는데 말을 하는 것, 물었는데 대답하지 않는 것, 상대의 안색을 살피지 않고 혼자 떠드는 것'을 들었다. 상사에게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것이 상사에게 잘 보이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면 자신도 모르게 불행한 일을 당할지도 모른다. 물론 업무적으로는 빈틈없이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인간적인 측면에서는 약간의 여백을 남겨두어야 한다. 매사에 똑 부러진 부하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사람들은 자기가 더 잘났다고 느껴야만 비로소 남을 도울 마음이 생기는 법이다. 물었는데 대답하지 않는 것은 상대를 무시하는 행동이며, 상대의 안색을 살피지 않고 혼자 떠드는 사람은 신호등과 도로표지판을 보지 않고 운전하는 사람과 같다. 그런 사람은 반드시 사고가 난다.

윗사람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은 어렵다. 스스로는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바뀌고 자신의 행동에 자신이 없으면서도 타인에게 지적을 받으면 저항을 하기 때문이다. 상대의 말이 틀려서가 아니라 자신의 자존심 때문이다. 윗사람이라고 해서 인격까지 성숙된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들 마음속에는 자라지 않은 어린아이가 있다. 그 어린아이는 칭찬에 굶주려 있다. 일단 굶주림부터 해결한 후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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