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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경수로 개량"-"국제 안전기준 충족"…신고리 5·6호기 안전성 공방

지난달 28일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한수원 새울원자력본부를 방문한 신고리 5
지난달 28일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한수원 새울원자력본부를 방문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5'6호기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탈원전 정책이 가시화하면 지금껏 축적한 원전 기술과 노하우가 사장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신고리 5'6호기에 적용된 '한국형 신형 경수로 APR-1400'이 수출 전선에서 후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전공 교수 230명은 지난 6월 1일 단체 성명을 통해 정부의 탈원전 방침에 반대 의견을 밝혔지만, 환경단체가 교수들을 한국수력원자력의 이해 관계자라고 되받아치면서 목소리를 키우지 못했다. 미국 환경운동단체 '환경진보'의 대표 마이클 셸런버거도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은 환경 여건상 원자력이 주력 에너지원으로 보인다. 섣부른 탈핵 정책으로 우수한 원전 기술을 사장시키는 등 미국의 잘못을 한국이 되풀이할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APR-1400은 한국의 주력 원전 모델인 OPR1000을 개량해 만든 차세대형 원전이다. 1992년 12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국가선도 기술개발과제(G-7)를 통해 개발됐다. 발전용량은 1천㎿에서 1천400㎿로, 계속운전 갱신 기한은 40년에서 60년으로 늘렸다. 암반 및 토양조건에서 0.3g 내진 요건을 만족하도록 했고, 4분면 배치 설계방식을 통해 화재'홍수'지진에 대한 대처 능력을 키웠다. 전 세계 원전 기술 수준을 뛰어넘는 강점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APR-1400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수출을 계기로 수출 효자 품목이 됐다. 직접 수출 효과만 약 186억달러로, 쏘나타 승용차 100만 대 분량에 해당한다. 준공 이후 운영사업을 통해 494억달러를 추가로 벌어들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여기에다 2015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설계인증 사전심사를 통과해 미국 시장 진출 여건도 마련했다. 오는 2019년 최종 설계 인증을 취득하면 미국 내 원전 건설 시 안전성 인증 등 관련 심사 절차가 면제된다. 최근에는 APR-1400이 영국 원자로 건설사업 후보 모델로 선정되면서 다시 한 번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런 이유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정부는 국익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수익성과 리스크를 엄격히 따져 원전 수출 정책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탈원전계는 APR-1400 자체에 대해 "기존 원전에 안전설계를 강화하고 내구성을 높인, 사실은 오래된 경수로 방식을 계량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 배경에는 2014년 APR-1400이 미국 NRC 설계인증 신청 접수에서 서류 제출 부실로 거절된 데 있다. 당시 NRC는 "계측제어, 인간공학, 확률론적 위험성 평가, 환경보고서 부문 등에서 세부 정보가 미흡하고 여러 가지 기술보고서가 누락됐다"며 거절 이유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 문서는 원자로 내부구조의 부식균열, 방사성폐기물 관리, 핵연료 집합체의 지진 시 반응평가 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신용현 국회의원은 "신고리 5'6호기는 안전계통 부문, 비상 시 전원공급 부문, 격납물의 안전도, 항공기 충돌 항목 등에서 수출용 원전에 비해 안전성이 크게 떨어진다. 이중 격납 구조인 수출용 원전에 비해 신고리 5'6호기는 벽체 보강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형 원전(EPR)과 중국'미국 신규 원전의 경우 사고 때 방사성 물질 방출을 최대한 저지하기 위한 이중 격납 건물을 채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신고리 5'6호기는 국제 안전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격납 건물 압력 관리를 위해 필터를 적용했고, 이 필터가 이중 격납 용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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