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지역 현안 제쳐두고 방송사장 호위 무사로 나선 한국당 의원들

자유한국당이 대구경북 민심을 거스르는 헛발질을 계속하고 있다. 4일 국회에서 열린 대구'경북발전협의회 2차 회의에서 보여준 한국당의 무성의한 태도는 어이가 없을 정도다. 이날 회의에 지역 국회의원 20명 가운데 고작 4명만 참석했는데, 그 이유를 들어보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지역 의원 상당수가 회의에 불참한 채 김장겸 MBC 사장의 체포영장 청구에 항의하기 위해 대검찰청에 몰려갔다는 것이다. 이날 김상훈 대구시당위원장, 김재원 경북도당위원장, 곽대훈'백승주 의원 등 4명만 자리를 지키는 바람에 시종일관 맥빠진 분위기 속에 회의가 진행됐다고 한다. 내년도 국비 예산 삭감과 대구 취수원 이전 등을 논의했지만, 별다른 해결책이나 대안조차 제시되지 않았다.

이 회의에 참석한 대구시, 경북도 관계자들까지 공공연하게 불만을 내비칠 정도로 황당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바쁜 와중에 기껏 서울까지 올라왔는데, 열기도 없고 형식적인 회의로 일관하니 누구든 화가 나지 않겠는가. 공무원들이 대구경북 현안보다 MBC 사장을 더 중시하는 한국당의 모습에 정나미가 떨어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번 회의 자체가 민주당의 TK특별위원회 출범에 자극받아 뒤늦게 만들어진 점을 고려하면 지역 의원들의 배짱과 건망증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불참 의원들은 당 지도부의 동원령에 따라 회의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할지 모른다. 이들 의원은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자신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지나 모르겠다. 북핵 위기로 인해 회의에 빠졌다고 해도 욕먹을 일인데, 논란이 있는 MBC 사장 문제 때문에 지역 현안마저 내팽개쳤다니 말문이 막힌다. 이래놓고 한국당 의원들이 감히 지역을 위해 일한다고 얘기할 수 있겠는가.

한국당의 무책임한 행태는 이번 회의뿐만 아니다. 예산이나 통합 대구공항 등 지역 현안을 챙기려는 노력조차 보이지 않는다. 지역 민심은 깡그리 무시하고 정치'이념투쟁이나 일삼고 있으니 과연 존재 의의가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다. '망하는 집구석'이라는 얘기를 더 듣고 싶지 않다면 대구경북 현안부터 제대로 챙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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