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가 처음인 사람은 큰 무덤에 궁금증을 가진다. 과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약 2000년 전, 경주 남산 아래는 박 씨들의 집성촌이었다. 삶에서 가장 괴롭히는 것은 지진과 홍수였다. 특히 지진은 공포 그 자체였다. 오랜 경험으로 주거지 어떤 빈 공터에 새들이 날아들고 동물들의 이상한 행동이 보이면 지진이 온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 빈 공터를 신(神)이 산다고 신터라고 불렀다. 신터를 지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여 나라를 세웠다. 신터에서 유래된 신라(新羅'새 신, 벌릴 라)는 새로운 날이 벌어진다는 뜻이다.
600년 초, 한 소녀는 어릴 때부터 왕이 되어 달라고 신터에서 무릎을 꿇었다. 세월이 흘렀다. 여자가 왕이 되다니…. 신하들은 찬반 세력으로 대립했다. 그때 빈 공터에서 지진을 예고하는 조짐이 보인다고 소문이 났다. 신터를 끌어들이기 위해서 어느 쪽에서 먼저 퍼트렸는지 불분명한 숨은 음모였다. 며칠간 나라를 공포에 휩싸이게 한 빈 공터의 분위기는 소녀 쪽으로 기울었다. 신의 뜻이었다. 이 소녀가 백성을 최고로 섬긴 선덕여왕이다. 소녀는 신터에 지진, 홍수 등을 대비하는 첨성대(瞻星臺)를 세워 보답했다.
첨성대는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제례(祭禮) 장소이기도 하지만 축조물 조각, 조각은 직선이지만 전체는 곡선으로 쌓아 곡선과 직선이 어우러지면 흔들려도 제자리로 돌아오는 자연의 이치를 실생활에 적용한 세계 최고의 건축물이다. 아래, 땅 밑은 곡선인 아치형으로 설계하고 안(內)은 하중을 땅으로 분산시키기 위해서 반쯤은 채웠다. 중간에 사각 창문을 만들어 흔들릴 때 하중을 분산하도록 했다. 또 사각 창문 아래로 포석정같이 구불구불한 원형인 통로를 만들어 돌로 만든 공이 회전하는 거리로 지진의 강도를 측정했다. 해와 달과 별이 어울리면서 한없이 일어나는 우주 삼라만상의 이치를 한곳에 표현한 것이 첨성대이다. 또 계절의 흐름과 자연의 현상을 관측해 농사를 짓는 최첨단 연구소였다. 신라인들의 과학기술에 감탄하기보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신라인들은 퐁퐁 솟아나는 물의 거품을 신이라고 생각해 시조신으로 모셨다. 그래서 유독 우물에 집착했다. 우물은 둥글다. 둥근 것, 즉 원을 만물의 근원으로 보았다. 그 둥근 우물 위에 우물 정(井)자 모양의 사각 덮개를 씌우는 것을 만물의 완성으로 보았다. 둥근 원과 상단에 사각 덮개를 씌운 첨성대는 완성된 하나의 우주이다.
현재 보는 첨성대는 일부분이다. 많은 부속 건물이 있었다. 경주 감영이 대구로 이전하기 전인 조선 초기까지는 관리하는 초소가 있었다. 초소가 없어지면서 중앙 창문에서 아래로 설치된 지진의 강도를 측정하는 기기(器機)와 상단에 설치된 연구원들이 숨 쉬던 공간 등 기록물이 사라졌다.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끝으로, 필자는 경주 출신이다. 1천400년 전의 첨성대를 복원해 보았다. 장관(壯觀)이다. 현재 차가 달리는 도로 위, 옛 첨성대 초소에 서서 초병을 그리며 이 글을 쓴다. 첨성대 지하가 어떤지 궁금하다. 내진설계가 어떻게 되었는지…파 볼 수도 없고…. 파 보고 싶다. 지진이 와도 꾹 누르고 있으라고 큰 무덤을 만들었다니! 첨성대가 있는 한 경주는 안전하다. 첨성대는 '어진 왕(王)이 걷는다'는 인왕로(仁王路)로 위에 있다. 인왕로를 걸으며, 첨성대 앞에서 미래를 꿈꾸어 성공하고 싶은 사람들아, 경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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