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 10년 전 광주 전철 밟아서야

10년 전인 2007년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공항 문제로 시끄러웠다. 그해 말 개항하는 무안국제공항에 광주공항의 국제선 기능을 이전하는 문제를 두고 지역사회가 둘로 갈라졌다. 한쪽은 "광주공항의 국제선 기능 이전은 광주의 국제화와 관광객 유치에 찬물을 끼얹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니만큼 오히려 광주공항의 활성화가 급선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고, 다른 한쪽은 "이번 기회를 통해 그동안 지역의 숙원이었던 군사공항 이전 문제를 적극 검토하는 등 보다 근본적이고 지역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맞섰다.

하지만 광주 시민들은 광주공항 이전 불가에 방점을 찍었다. 그해 광주시가 의뢰해 실시한 시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0% 이상이 광주공항 이전을 반대한 것이다. 이전 반대 이유로는 '광주 국제화와 관광객 유치에 역행'이라는 답을 가장 많이 꼽았지만, 당시 지역 언론에서는 "가까이 잘 이용하고 있는 광주공항을 멀리 무안으로 옮기면 안 된다", "가더라도 군공항만 이전하는 것이 맞다" 등의 시민들 인터뷰가 주를 이뤘다. 이때 광주공항 국제선 노선은 중국 상하이, 베이징, 선양, 창사와 타이완 등 6개 노선이 운영되고 있었다.

이후 광주공항은 어떻게 됐을까? 광주공항 이전을 반대했던 광주 시민들의 바람대로 도시의 국제화와 관광객 증가로 이어졌을까? 수치상으로는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왔다. 광주공항의 이용객은 2007년 153만9천 명에서 2008년 138만1천 명으로 줄었다. 2007년 개항한 무안국제공항은 그해 1만5천 명 이용에 그쳤지만 2008년 13만 명으로 늘었다. 광주지역 공항 전문가들은 무안국제공항이 광주공항의 항공 수요를 일정 부분 소화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호남고속철도가 부분 완공되면서 항공여객 상당 부분이 KTX로 넘어가 앞으로도 광주공항이 활성화되기는 어렵고, 무안국제공항 역시 30분 거리의 광주공항과 중첩돼 애초 건설 목표였던 대한민국 서남부권 관문공항으로의 역할 수행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진단도 나왔다.

그래서 광주 지역민들은 올 들어 문재인 정부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 덕인지 새 정부의 광주지역 국정과제 목록 맨 첫 자리에 '광주공항 이전 지원과 종전 공항 부지에 스마트시티 조성'이 차지했다. 공항 이전을 반대했던 10년 전과는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 것이다.

갑자기 10년도 지난 광주의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그때 광주와 지금 대구의 상황이 사뭇 비슷해서다. 통합 대구공항 이전을 두고 대구에서도 '민간공항 존치, 군공항만 이전'을 외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지역 여론이 갈라져 합의를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 대구공항 이전사업은 갈 길이 멀고 넘어야 할 산이 첩첩이다. 조기 대선 등으로 이전사업이 지난 2월 예비 이전 후보지 선정 이후 멈춰 서면서 전체 타임스케줄도 한참 밀리고 있다. 최종 이전지는 내년 지방선거 이후로 밀릴 수 있다는 얘기는 물론 이전사업이 아예 물 건너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옆 동네인 부산에서는 김해신공항이 확장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린다. 2026년 이전에 확장사업을 마무리할 태세다. 통합 대구공항 이전이 김해공항 확장 시기 전에 마무리돼야 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지 않나. 영남권 항공 수요를 먼저 개항한 김해공항이 가져가 버린다면 대구공항으로서는 설 자리가 줄어드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사회가 분열돼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다. 새 정부도 이를 의식해서인지 대구지역 공항 공약에 '지역사회 공동체의 합의'라는 전제조건을 달아놓기까지 했을 정도니. 지금은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 경제계 등 전 분야에서 한목소리로 정부를 향해 '통합 대구공항 조기 이전'을 외쳐야 한다. 10년 전 광주의 전철(前轍)을 그대로 10년 뒤에 대구가 밟는 우(愚)를 범해서야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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