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00여대 도둑 개통…'요금 폭탄' 못 견디고 자수

[사건 속으로] 휴대전화 명의 도용, 2억원 챙긴 판매업자

지난 4월 대구 강북경찰서 수사계 경제팀에 서류가 가득 담긴 종이 박스를 든 A(31) 씨가 제 발로 찾아왔다.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일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고객 명의를 도용해 휴대전화를 몰래 개통한 뒤 장물업자에게 팔아넘겼다며 자수했다. 고객 신분증 사본과 위조 가입 신청서 등 자신의 범죄를 입증할 증거물도 충분히(?) 가져왔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2014년 3월부터 최근까지 휴대전화 판매점을 위탁받아 운영해오면서 고객 신분증을 몇 장 더 복사해뒀다고 했다. 고객이 A통신사로 휴대전화를 개통하면 그는 고객 신분증 사본으로 B, C통신사에 휴대전화를 개통하고서 휴대전화 단말기를 장물업자에게 절반 가격으로 팔았다. 가격이 비싼 단말기 기종만 골라 범행을 저지른 A씨는 이런 식으로 2억원이 넘는 돈을 챙겼다. 처분한 휴대전화 448대의 시가는 4억2천800만원에 이른다. 또 대리점으로부터 받은 위탁판매 수수료는 7천500만원에 달한다.

A씨는 생활비, 도박 자금, 매장 운영비 등으로 썼지만 고객의 요금을 몰래(?) 납부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고객 몰래 '도둑' 개통한 탓에 요금도 몰래 내야 했다. 휴대전화 요금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나자 결국 A씨는 지난 4월 매장 업주에게 범행 사실을 털어 놓고 경찰에 자수했다. 해당 매장은 A씨 혼자서 운영해 왔다.

휴대전화를 사러 왔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휴대전화를 몇 대씩 갖게 된 피해자는 모두 184명이다. 자기 명의로 된 휴대전화가 10대나 된 피해자도 있었다. 강북서는 7일 A씨를 사문서 위조, 사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장물업자를 상대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10년 경력의 A씨는 처음에는 대리점에서 받는 위탁판매 수수료에 욕심이 생겨 1, 2대로 허위 개통을 시작했지만 납부해야 할 요금이 점점 많아지자 이를 메우기 위해 계속해서 범행을 저지르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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