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그림 삼국지/김협중 그림/강병국'차정식 편역/진한 엠앤비 펴냄
나관중이 지은 '삼국지연의'를 그림 중심으로 다시 쓴 '원본그림 三國志(삼국지)'가 출간됐다. 삼국지연의는 중국 4대 기서(奇書)의 하나로 수백 년 동안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역사소설이다. 나관중이 삼국지를 쓴 이래 많은 사람들이 조금씩 다른 버전의 삼국지를 펴냈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종류의 번역서가 있으며, 역자에 따라 조금씩 다른 시각으로 삼국시대와 당시 인물을 평가한다.
이 책 '원본그림 삼국지'는 중국 채색화의 거장 김협중 화가가 11년에 걸쳐 그린 삼국지의 주요장면 그림에 우리나라 생태학자 강병국 박사, 중국 4대 기서 번역가 차정식 씨가 각 그림의 배경이 되는 이야기를 압축해 묶은 것이다.
책에는 총 240장의 그림이 있다. 중국 청(淸)나라 강희제(1654~1722) 때의 문인이자 문학평론가였던 모종강이 나관중 '삼국지연의'를 개작(改作)하면서, 그림으로 삽입했던 120장면에 120장면을 더했다. 화가 김협중은 청나라 강희제의 넷째 아들인 옹정제의 9대손이기도 하다. 책에 실린 모든 그림은 붓과 먹을 사용하고 채색한 것이다.
◆삼국지를 읽은 사람, 읽지 않은 사람
이 책은 삼국지를 이미 읽어본 사람들에게는 삼국지 전체 이야기를 생생하게 상기시키는 역할을 할 듯하다. 장판교에서 교란작전을 펼치는 장비와 우왕좌왕하는 조조군의 모습. 여포가 뇌물에 눈이 멀어 자신의 양부 정원을 살해하는 장면, 전투를 앞둔 상황에서도 장강(長江)의 대선(大船)에 앉아 시를 짓는 당대 최고의 시인 조조, 조조에게 받은 은혜를 기억하는 관우가 조조를 놓아주는 장면, 제갈량이 유비의 아들 유선에게 출사표를 올리는 장면 등 삼국지 속 장면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삼국지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삼국지를 읽어보고 싶도록 만드는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의 그림과 압축된 이야기만으로 삼국지 전체를 머릿속에 그리거나 앞뒤 상황을 짐작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삼국지 전체를 다 읽어보기 어렵다면, 요약본이라도 함께 읽어야 그림을 더 재미있고 실감 나게 이해할 것 같다. 그림과 관련해 배경 이야기를 조금 더 상세하게 실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세밀하고 생생한 배경 그림
그림은 매우 세밀하고, 색감 역시 뛰어나다.
한양대 유성호 교수(국문학)는 "고전적 텍스트의 중요한 장면을 아름답고 개성적인 채색화로 재현함으로써 입체적으로 삼국지의 스케일과 디테일을 동시에 경험하게 해준다"며 "삼국지 역사에 또 하나의 도약이자 장관"이라고 평가한다.
중문학자 홍광훈 전 서울여대 교수는 "그림 속의 사람과 말, 칼 등이 마치 살아서 꿈틀대는 듯하고 글과 그림의 절제미가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시조시인이자 수필가인 윤경희 씨는 "살아있는 듯한 터치와 압축적인 장면묘사가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림은 삼국지에 등장하는 중요한 상황과 그 상황과 맞닥뜨린 인물들을 그렸으나 전체적으로 인물의 표정보다는 몸짓과 배경, 자세, 말의 진행 방향 등으로 인물의 심정이나 상황을 드러내고 있다.
◆삼국지 주역들이 사용했던 무기
역자들이 삼국지의 주요 인물들이 사용했던 무기를 부록으로 소개해 흥미를 더한다. 단순히 무기 종류를 나열하지 않고 무기의 특징과 주인이 바뀌게 된 사건 등을 실어 이해를 돕는다.
가령 '청룡언월도'는 관우가 사용했던 칼이다. 관우는 이 칼로 하북의 명장 안량과 문추를 베었다. 청룡 한 마리가 새겨져 있고, 쓰러질 언(偃)에, 달 월(月), 칼 도(刀)라고 쓰는데, '청룡이 그려져 있는, 반달처럼 생긴 칼'이라는 뜻이다. 이 칼은 냉염거(冷艶鋸)라고도 불렸는데, 설원에서 계속되는 싸움으로 붉은 피로 된 얼음 막이 생겼다는 데서 유래했다.
백벽도(百辟刀)는 조조가 5자루 칼을 만들도록 지시한 후 3년 만에 완성한 칼이다. 조조는 이 칼에 용, 호랑이, 곰, 말, 참새 등을 기호로 새겼다. 이 칼을 만든 의도는 날카로운 무기를 수백 번 정련해 불길한 것을 물리치고, 악인을 굴복시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다소 주술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다.
이외에도 조자룡이 썼다는 '애각창', 조조 휘하의 명장 전위가 썼던 무게 80근의 '쌍철극', 여포가 사용한 '방천화극', 남만왕 맹획의 부인 축융부인이 썼던 '비도' 등을 소개한다. 축융부인은 삼국지에 등장하는 아주 드문 여장수로 등에 다섯 개 비도를 꽂고, 손에는 던지는 긴 창을 들고 다녔다.
◆승패를 가른 다양한 계략
삼국지에는 수많은 계략이 등장한다.
'이일대로계'(以逸待勞計)는 상대가 피로할 때까지 기다렸다는 치는 계략이다. 상대가 지치기를 무작정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아군은 힘을 적게 쓰면서 상대가 많은 힘을 쓰도록 작전을 짰다. 이릉전투에서 병력 면에서는 촉의 유비 군이 오나라 육손 군에 비해 우세했지만, 육손이 '이일대로지계' 전략으로 촉군을 섬멸했다.
이외에도 삼국지에는 전투의 승패를 가른 계략이 많았다.
미끼를 던져 적의 대오를 흔드는 '이적지계', 일부러 져주어 적을 교만하게 한 뒤 격파하는 '교병지계', 상대편의 계책을 미리 알아채고 그것을 역이용하는 '장계취계', 자신의 재능이나 큰 뜻을 드러내지 않고 숨기는 '도회지계' 등. 책은 계략 그 자체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어떤 전투에서, 어떻게 적용됐는지 상세하게 소개한다. 이 역시 역자들이 전문학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실은 것이다. 530쪽, 4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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