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론 스티븐스(83위'미국)가 US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5천40만 달러'약 565억원) 여자단식 정상에 올랐다. 스티븐스는 10일(한국시각) 미국 뉴욕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대회 13일째 여자단식 결승에서 매디슨 키스(16위'미국)를 불과 1시간 1분 만에 2대0(6-3 6-0)으로 물리쳤다.
스티븐스는 US오픈 사상 두 번째로 시드를 배정받지 못했던 여자단식 챔피언이 됐다. 시드는 세계 랭킹 상위권 선수들이 대회 초반에 맞대결을 벌이지 않도록 1번부터 32번까지 부여하는 번호로 1, 2번 시드는 결승에서 맞대결을 벌이게 되는 방식이다.
세계 랭킹 83위에 불과한 스티븐스에게 시드가 돌아갈 리 만무했고, 2009년 킴 클레이스터르스(벨기에) 이후 두 번째로 이 대회에서 시드 없이 우승한 스티븐스에게 '깜짝 우승'이라는 표현은 잘 어울린다. 게다가 그는 7월 중순만 하더라도 세계 랭킹이 957위까지 밀려 있던 선수라는 점에서 스티븐스의 US오픈 우승은 '이변 그 자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스티븐스가 4년 전인 2013년 호주오픈 준준결승에서 당대 최강으로 꼽힌 세리나 윌리엄스(미국)를 물리쳤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당시 20세 '신예'였던 스티븐스는 자신이 평소 '우상'으로 여겨온 윌리엄스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미국 테니스계에서는 비너스-세리나 윌리엄스 자매와 같은 흑인으로 강력한 스트로크와 두둑한 배짱까지 갖춘 스티븐스를 '포스트 윌리엄스 자매'의 선두 주자로 지목하며 큰 기대를 걸었다. 스티븐스는 그해 윔블던에서도 8강까지 진출하며 세계 랭킹 11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런 이력을 살펴보면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스티븐스의 이번 우승은 '깜짝 이변'은커녕 오히려 너무 늦은 감이 든다.
스티븐스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메이저 대회에서 한 번도 8강에 들지 못했다.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대회에서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네 차례 우승했지만 2013년 호주오픈 4강의 기대치에는 부족한 감이 있었다. 최근 스티븐스의 세계 랭킹이 900위 밖으로까지 밀린 것은 부상 때문이었다. 지난해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마친 뒤 왼쪽 발 피로골절로 인해 올해 1월 수술대에 올랐다.
스티븐스는 18일 개막하는 WTA 투어 KEB하나은행'인천공항 코리아오픈에 출전할 예정이다. 다만 메이저 대회 우승에 따른 후속 일정 등으로 인해 참가 신청을 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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