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핵전쟁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것은 1962년 10월 쿠바 미사일 위기 때였다. 소련이 쿠바에 핵미사일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러던 중 U-2 정찰기에서 잡은 핵미사일 기지 건설 현장 사진들이 스모킹 건이 됐다. 미국이 발칵 뒤집혔다. 쿠바는 미국 플로리다로부터 불과 90마일(145㎞) 거리였다. 그런 쿠바에 핵미사일 기지가 들어선다는 것은 미국의 안방이 핵 위협 아래 놓이게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케네디 대통령은 행동했다. 해군력을 동원해 쿠바 해안을 봉쇄했다. 소련의 핵무기나 미사일을 실은 선박이 쿠바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리고 대국민 연설을 통해 '소련과의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소련 지도자 흐루쇼프 역시 핵미사일 부대에 비상경계령을 내렸다. 쿠바 기지는 방어용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기지 건설은 계속됐다. 핵무기를 탑재한 것으로 의심되는 25척의 소련 선단은 여전히 쿠바 해안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케네디는 군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핵전쟁도 마다치 않겠다는 케네디의 결연한 의지에 흐루쇼프는 당황했다. 타협을 시도했다. 미국은 쿠바를 침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내주고 쿠바 미사일 기지 폐쇄와 소련 무기 철수를 얻어냈다. 쿠바 해상봉쇄도 해제됐다. 전 세계를 핵전쟁의 공포로 몰아넣었던 1주일은 그렇게 흘렀다.
미국을 핵전쟁의 위기에서 구한 것은 핵이었다. 핵전쟁이 벌어졌다면 6분 내에 2천500㎞ 반경 내 미국이 초토화하고 미'소 양국에서 1억 명의 희생자를 냈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었다. 미국을 망가트리겠지만 2차 핵공격으로 스스로도 망한다는 것을 흐루쇼프는 잘 알고 있었다. 이른바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이다. 이후 두 대국은 냉전이나 열전보다 '공포의 균형' 아래 불안한 평화를 이어갔다.
55년 전 쿠바 미사일 위기에 버금가는 핵위기가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다. 북한은 이미 150여 차례 고폭실험을 했고, 6차례 핵실험을 했다. 가장 최근 실험은 수소폭탄 실험이다. 서울에서 평양까지는 직선거리로 190㎞에 불과하다. 김정은은 이제 "마음먹은 대로 핵무기를 꽝꽝 생산"하고 있다. 이미 핵무기의 다종화, 소형화, 경량화에 성공했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위기를 맞은 한국과 미국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북한 매체가 '웬만한 수소폭탄 한 개면 서울이 지도 상에 완전히 없어질 수도 있는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는데도 설마설마하고 있다.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등 '공포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은 '전술핵 재배치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이 폐기되면 북에 핵 폐기를 요구할 근거를 잃는다'는 명분론에 묻히고 있다. 북이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무효를 선언한 것이 2009년인데도 정부는 홀로 이에 집착하고 있다. 이제는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한국만의 비핵'이 문제라는 점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핵공격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는 적어도 네 가지 능력을 갖춰야 한다. 적이 핵공격을 가해올 것이라는 확증이 섰을 때 핵으로 선제 타격할 수 있는 능력, 방어능력. 응징능력, 방호능력이다. 북핵이 현실이 된 우리나라에 이런 핵 대처법이 하나도 없다. 현재로서는 그저 미국의 핵우산 정책에 기대야 할 뿐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미국 랜드연구소의 북한 전문가인 브루스 베넷이 던지는 다음 질문은 시사하는 바 크다.
"북한은 다양한 핵탄두를 가지고 있다. 북은 이를 잠수함은 물론 험준한 산악 등 탐지하기 힘든 곳에 은닉해 뒀다가 발사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런 북이 한반도 유사시 미군 지원병력이 도착할 부산항에 선제 핵공격을 가한다. 그리고선 미국 더러 만일 북에 보복 공격을 가한다면 이번에는 직접 미국 도시를 향해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위협한다. …그렇다면 과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또는 그 뒤를 이을 대통령들은 LA나 시카고 등 미국 도시를 잃을 각오를 하면서까지 미국의 동맹국에 대한 방어에 나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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