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창 시절 영화 다시 보고 눈물, 실버 영화관 폐업 않게 지원을"

'그레이스 영화관' 살리기 운동…적자 4∼5억 대표 사비로 운영

어르신을 위한 영화관인 대구 '그레이스 실버영화관'(중구 포정동)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민원 제기 등 극장 살리기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14년 문을 연 이곳은 해마다 적자가 쌓이면서 조미견(48) 대표가 사비를 털어 겨우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9일 오후 찾은 그레이스 실버영화관에는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넘쳐흘렀다. 벽에는 '카사블랑카' '석양의 무법자' 등 옛 영화 포스터가 걸려 있었고, 어르신들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상영시간을 기다렸다. 이날 상영된 작품은 조지 스티븐스 감독의 1952년 작 '젊은이의 양지'였다.

대구 유일의 '실버 영화관'인 이곳은 이용객 대부분이 60대 이상이다. 이들에게 이곳은 젊은 시절을 추억할 매개체이자 소중한 문화생활의 장이다. 남원식(80) 할아버지는 "까까머리 학생 시절 '키네마구락부'(현 CGV대구한일)에서 몰래 봤던 영화 '지상 최대의 작전'을 얼마 전 이곳에서 다시 보고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르신 복지시설에 가까운 이곳은 앞으로 운영을 장담할 수 없어 도움이 절실한 상태다. 55세 이상 관람객에게 2천원만 받는 등 입장료 수입을 거의 기대할 수 없어서다. 조미견 대표는 "매년 5천만원 넘게 적자가 나 초기 비용을 포함해 약 4억~5억원의 사비가 들어갔다"면서 "아직 폐업을 생각하지는 않지만 계속해 이런 상태가 이어진다면 고민해봐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일부 시민들은 최근 대구 중구청에 '그레이스 실버영화관을 지원해 달라'는 내용의 민원을 내기도 했다. 이용객 성영애(74) 씨는 "노인들에게 의미가 있는 소중한 장소이니만큼 구청에서 조금이라도 지원해줘서 계속 운영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 3월 약 1억5천만원의 예산을 확보해 일부 실버영화관에 운영보조금 등을 지원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중구청은 시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버영화관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상 지원 가능한 '전용상영관'에 해당하지 않고, 이용자가 대구 전역의 노인인 만큼 노인복지법상 구청 예산으로 지원이 어려워서다. 중구청 관계자는 "어르신들의 문화 향유에 소중한 시설임에는 공감하지만 구비 지원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서울시처럼 대구시 차원의 지원책이 마련된다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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