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오늘 기상청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이 경주 일대를 뒤흔들었다. 2016년 9월 12일 발생한 규모 5.1'5.8의 지진과 633차례의 여진은 땅과 건물만 흔든 것이 아니었다. 경주시민은 물론이고 온 국민을 충격과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고 한반도에서의 지진은 이제 실제적인 위협이 됐다.
경주 지진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많은 여파를 몰고 왔다. 내진 설계에 국가적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계기가 됐다. 정부도 2030년까지 지진 방재 종합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하는 등 지진 관련 장기 계획을 사상 최초로 마련했다. 긴급재난문자 발송체계가 정비되고 국민 행동 요령, 대응 매뉴얼 등이 상당히 개선됐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돈이 들어가는 분야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산이나 민간 투자가 필요한 지진 방재 대책과 계획은 여전히 거북이걸음이다. 전국 공공시설물의 내진율(규모 6.0~6.5의 지진에 견디게끔 설계된 건축물 비율)은 현재 43.7%에 불과하다. 경북 지역 학교 시설의 내진율은 이보다 한참 밑인 18.7%에 머물고 있다. 강진 발생 시 피해가 더 크게 발생하는 민간 건축물의 경우 내진율이 30% 중반에서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경주 지진 이후 경상북도는 지진 방재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2016년 36.3%인 공공시설물 내진율을 2021년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지만 최근 목표치를 45.2%로 슬그머니 낮췄다. 국비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지진 관련 국책 기관인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설립 계획도 예비타당성 조사를 위한 용역비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전액 삭감되면서 무산 위기에 빠졌다.
지진은 급조된 대책과 졸속 계획으로 대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방재에는 천문학적인 돈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경주 지진의 피해가 지진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그나마 천우신조였고 미래에 발생할지 모를 재앙에 대비하라는 자연의 경고일는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났다고 잊히거나 안전 불감증 대상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되는 것이 지진이다. 지진과의 기나긴 싸움, 이제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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