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준(44) 대구경북연구원 재난안전연구센터장은 "9'12 경주 지진이 재난안전과 관련해 국민과 정부, 지자체의 인식은 물론 학계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일본은 1995년 1월 고베 대지진 이후 2년 사이에 연구 논문이 쏟아지면서 사회 안전망이 이중 삼중으로 튼튼해졌다. 반면 기상청 관측 이래 큰 지진이 없어 자연재해에 무관심했던 한국은 지난해 9'12 경주 지진에 매우 놀라며 안전망 구축에 들어갔다. 여기에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대학교수 등도 예산을 지원받아 지진이 발생한 지점 연구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그는 "지진 이후에 일차적으로 지반지질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이전에는 양산단층에 대한 생각도 별로 없었다. 그러다 지질자원연구원이 연구를 시작했다. 한반도 밑 단층의 배열이라든가 배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며 "기초자료가 턱없이 부족했던 상황에서 이런 연구가 지속돼 자료가 쌓이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방재 부문에서도 방재학회와 소방 당국의 대책 마련 논의가 활발히 진행됐다. 이전까지 없었던 방재 체계를 갖추느라 기초를 다지는 수준에 불과하지만, 이 작업이 끝나면 미국'일본 등 재난 대응 선진국처럼 복합적인 재난에도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의 체계 마련도 가능해진다. 특히 재난 상황별 코드와 매뉴얼을 만드는 것도 지난해 경주 지진 이후 시도됐다. 이 시스템은 3년 후면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재난별 코드를 만들고 관리한다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역에 맞는 시스템 운용"이라고 했다. 즉 국가는 중앙에서 컨트롤타워를 하고, 지방자치단체는 각 지역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규모가 큰 지진이 도시에서 일어나느냐, 농촌에서 일어나느냐에 따라 방재 시스템이 달라져야 하고, 울산 등 위험저장물시설이 있는 도시나, 국가 중요시설인 제철시설이 있는 포항 등의 시스템도 달라야 한다. 원전이 있는 지역이라면 '대피'보다는 '피난'을 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등 지역에 맞도록 방재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최 센터장은 국민의 관심이 지속돼야만 이 모든 것들이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이 지진 등 재난에 대한 관심이 높은 지금은 이렇게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활발하지만, 관심이 사그라지면 모든 것이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 국민이 계속 관심을 두고 감시를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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