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료 100배 차이, 지역 가수는 그나마도 임금 체불"
지자체의 총 행사비 3천만 원. 이 중 특정 스타급 가수가 1천~1천500만 원(장*정, 홍*영 등)을 가져간다. 그것도 선입금이다. 나머지 돈으로 무대 세팅부터 음향, 각종 잡비까지 다 집행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지역 연예인협회 소속 가수들은 10~20만 원에 교통비 정도를 받는 수준이다. 출연료가 무려 100배 안팎의 차이다.
스타급 가수는 출연료도 미리 받았겠다 히트곡 몇 곡 부르고 떠나면 그만이다. 반면, 지역 가수들은 최선을 다해 무대를 꾸며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문제는 지역 가수들의 쥐꼬리만한 출연료조차 보름 또는 한달이 지나서 입금되거나, 아니면 아예 체불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난달 대구의 한 여가수는 개인적으로 기자를 찾아와 "7월 한 행사에 스타급 가수에게 너무 큰 금액을 주다보니, 지역의 가수들은 출연료 5만 원 밖에 받지 못했다"며 "출연료 차이가 10배만 해도 큰 데, 100배 차이는 도저히 받아들이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수년 전 경북의 한 청소년 기자캠프 행사에도 한 스포츠스타가 강의료 500만 원을 요구해 섭외를 하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 주최 측은 매니저에게 행사의 취지를 설명하며, 200만 원 정도로 깎아보려 했지만 '강의료를 깎아주면 다음에 문제가 생긴다'며 매정하게 거절했다. 스타급은 '고액의 선입금'이 이뤄지지 않으면, 아예 움직이지를 않는다.
영화'연극판도 마찬가지다. 스타급 배우들의 임금체불 기사는 보기가 힘들다. 이들은 고액의 출연료를 미리 입금받고, 흥행에 따른 인센티브까지 따로 챙긴다. 반면 단역이나 엑스트라들의 임금체불은 수시로 터져나오는 단골 기사다. 배우 한석규 주연의 영화 '아버지의 전쟁' 은 올해 4월에 촬영이 중단되면서, 스태프 및 단역배우들의 임금 미지급 사태(2억여 원)가 발생했다. 약자만 짓밟는 식이다. 한 단역배우는 "영화 수익과는 전혀 관계없는 스태프와 단역들이 제작과정의 재정적 위험을 온 몸으로 떠안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2015년 6월에는 생활고를 겪고 있던 두 연극배우가 세상을 떠났다. 10년 넘게 무대에 섰던 김운하 씨가 한 평 남짓한 고시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서울독립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까지 받은 유망주 판영진 씨도 세상을 떠났다. 판 씨의 집 앞에는 여려 장의 체납 고지서가 쌓여 있었다. 2년 전에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에 소속된 4천 명의 연기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연소득이 1천만 원도 되지 않는 연기가자 60%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황이 이쯤되면 '승자독식'(Winner takes all)의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에도 대한민국처럼 약자들(지역가수, 단역배우 등)에게 '열정 페이'를 강요하지는 않는다. 최소한의 형평성은 갖춰야, 사회 전반에 안정적인 수익 재분배 구조를 확립할 수 있다. 스타 연예인이나 유명인들도 전체적인 예산 지출이나 행사 취지 등을 봐가며 적정선의 출연료를 챙기는 것이 인간적인 도리다.
시장경제의 근본은 자유경쟁이다. 스타급 연예인이 초고액의 출연료를 받는 것을 자본주의에서는 막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지역 연예인이나 단역배우 등 약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제도적 시스템은 마련되어야 한다. 영화나 행사'공연 등에서 망하거나 적자가 났을 때는 스타급 연예인들도 어느 정도 고통분담을 하려는 마음도 필요하다. '갑'의 지위에서 '선입금'을 조건으로 해서는 곤란한다. 이는 결론적으로 보자면 '내 것만 챙기자'는 공동체 파괴행위가 될 수 있다.
이데올로기 싸움에서 자본주의가 극단적 병폐로 인해 사회주의로 가지 않는 것은 '수정 자본주의'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서민들은 '약자를 배려하는 따뜻한 자본주의'를 원한다. '없는 놈과 약자는 나가뒤져라는 식의 천민 자본주의'는 그 누구도 원치 않을 것이다. 스타급 연예인과 유명인이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길은 '슈퍼 갑'의 지위를 내려놓고, 어느 정도 선에서 약자들과 함께 나누려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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