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놀이 공간 없는 구룡포에 놀이터 후원을" 아동복지委 공간 마련 모금

생업 손님맞이에 방임된 아이들 위해

포항 구룡포지역 아이들이 아동문화공간 기금 마련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북지역본부 제공
포항 구룡포지역 아이들이 아동문화공간 기금 마련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북지역본부 제공

"우리 마을에 놀 곳이 없어요. 읍내에 그네가 없어서 택시를 타고 그네가 있는 마을로 가요."

포항 구룡포는 여름 오징어부터 겨울 과메기'대게까지 사계절 싱싱한 회를 맛보려는 손님들로 북적인다. 어른들이 손님맞이에 한창인 사이 아이들은 본의 아니게 방임된다. 이런 처지에 놓인 아이들은 지역에 안전한 놀이공간이 하나도 없어 더욱 우울한 하루를 보낸다. 더욱이 시내 아파트 단지에 흔한 '그네'조차도 없다. 그네를 타고 싶으면 택시를 타고 다른 동네로 가야 한다.

2011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상대로 타 지역 이주 희망도를 조사한 결과 초등학생 48.3%, 중학생 62.2%가 구룡포를 떠나고 싶어 했다. 놀이공간이 없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어디서 주로 노느냐'는 질문에 가장 많이 답한 곳은 사고 위험이 큰 '방파제'였다. 이런 충격적인 결과가 나오자 지역민들은 술렁였다. 그제야 지역민과 어린이재단이 손을 잡아 구룡포아동복지위원회(이하 위원회)를 구성했고, 지역 아이들로 구성된 '초록우산 드림 오케스트라'도 만들었다.

하지만, 지역에 놀 곳이 없다는 고질적인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자 이번에는 아이들이 나섰다. 지난해 9월 구룡포 아이들은 오케스트라 정기 연주회를 통해 'UN 아동권리 협약 제31조, 아동의 놀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하며 다양한 대외 활동을 벌였다. 그 결과 비관적이었던 어른들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돌아섰다. 지난 6월에는 구룡포농협이 자발적으로 나서 구룡포농협 창주지점 2층 257㎡를 아이들의 놀이 공간으로 저렴하게 임대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보증금 1천만원은 위원회와 구룡포아라장터추진위원회가 절반씩 출자했지만, 내부 놀이시설을 꾸미는 데 드는 비용은 적어도 7천만원 이상으로 예상돼 걱정이 컸다.

문제에 부닥친 위원회는 어린이재단 경북아동옹호센터와 '아동문화공간 마련 프로젝트'를 계획, 지난 7월 출범식을 열고 지역 공공기관과 사회단체 등에 저금통을 전달해 힘을 보태 달라고 부탁했다. 목표 금액은 1억2천만원으로 잡았다. 본격적인 프로젝트를 시작한 8월에서 한 달이 지난 사이 지역에서 도움의 손길이 잇따라 3천200만원이 모이는 등 목표치의 40% 정도는 채워졌다. 하지만, 아직 아이들의 놀이공간을 만들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후원 문의는 054)276-5072로 하면 된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문선종 팀장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상상력과 희망을 심어줄 놀이'문화공간이 구룡포에는 하나도 없어 마음이 아프다"며 "우리 어른들이 놀이터를 갖고 싶다는 소박한 아이들의 꿈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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