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문화 숨쉬는 대구 중구 도심 재창조] <상>근대역사 살려 탈바꿈

근대골목투어로 시작된 도시재생…관광객 140만명 몰려왔다

대구 중구 근대문화골목에 그려진 이상화 시인의 벽화. 중구청 제공
대구 중구 근대문화골목에 그려진 이상화 시인의 벽화. 중구청 제공

낡은 건물, 노점상으로 가득한 거리, 지저분하고 어두운 골목길. 10여 년 전의 대구 중구는 그랬다. 인파로 넘실대는 동성로를 지나면 도심공동화 현상으로 자꾸만 풍화(風化)되어가는 낡은 도시가 있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은 아무도 중구를 낡은 도시라고 말하지 않는다. 골목 구석구석에 불어넣어진 새 숨결 '역사'와 '문화' 덕분이다. 두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중구의 '도심 재창조'를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중구청은 2007년 근대문화공간 개선사업을 시작으로 크고 작은 도시재생사업에 영남 역사의 중심지이자 과거 대구 그 자체였던 중구를 녹여냈다. 도시에 자연스럽게 스민 역사는 중구의 새 추진력이 돼 긍정적 파급효과를 낳았다. 고풍스럽게 재구성된 골목길은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전반적으로 개선시켰고, 재조명된 역사적 명소들은 전국에서 방문객들을 불러 모아 도시에 활기를 더했다. 이는 또 다른 도시재생사업으로 이어져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근대골목투어', 중구를 거대한 테마파크로

9일 오후 근대문화골목에서는 주말을 맞아 '셀카봉'을 들고 다니는 관광객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계산성당과 이상화 고택 등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고풍스러운 건물들을 지나자 은은한 한약 향내가 풍겨오는 약령시로 이어졌다. 화강석으로 포장된 종로와 진골목을 거치면 경상감영공원과 향촌동 수제화 골목, 북성로가 등장한다. 관광 불모지였던 중구를 대구의 관광 중심지로 재탄생시킨 '근대역사문화 벨트'의 정체다.

중구청은 2007년부터 '골목의 근대적 공간감 살리기'를 콘셉트로 근대문화골목을 정비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일상장소 문화생활공간화 기획컨설팅 지원공모'에 선정되면서다. 골목 모퉁이에는 시대감을 살린 가로등을 배치해 근대의 정취를 한껏 풍길 수 있도록 했고, 보기 흉하게 방치됐던 옹벽은 근대의 벽면처럼 재구성했다. 이 과정에서 ▷계산성당 ▷3'1만세운동길 ▷이상화'서상돈 고택 등 역사적 명소도 재정비됐다.

2008년 중구청은 조성된 근대역사문화 벨트에 '골목투어'라는 이름을 붙여 본격적으로 '중구의 테마파크화'를 시작했다. 대구 최대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을 출발해 동산 선교사주택→3'1만세운동길→계산성당→이상화'서상돈 고택→종로'진골목으로 이어지는 도보여행 코스도 이때 처음 구성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근대골목은 2012년 대구에서 유일하게 '한국관광의 별'과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관광지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어디서든 골목투어를 시작할 수 있을 만큼 중구는 하나의 거대한 '역사문화 테마파크'가 됐다.

◆도시재생이 도시재생을 낳는 '선순환 구조'

당초 동산동 근대골목을 중심으로 시작된 중구의 도시재생사업은 ▷2012년 북'서성로 대구읍성 상징거리 ▷2013년 남산동 남산100년 향수길 ▷2015년 향촌동'경상감영길로 번져나갔다. 전문가들은 이런 '선순환 구조'의 배경에 전국에서 방문객들이 몰려오는 '근대역사문화 벨트'가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지난 10여 년간 중구를 찾는 방문객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중구청에 따르면 근대골목투어 방문객은 2008년 287명에서 2016년에는 139만9천72명으로 훌쩍 뛰었다. 중구청 관계자는 "방문객이 늘면서 지역 이미지가 개선되고 침체된 상권이 활성화되는 등 중구 전체에 활기가 더해지는 효과가 생겨 새로운 도시재생사업 추진에 큰 동력이 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에 고무된 중구청은 새로 추진할 도시재생 사업에 있어서도 '역사' 키워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2018년부터 5년간 진행될 '역사'문화가 살아 숨 쉬는 테마형 도시재생 사업'에서는 북성로 일대에 근대 건축물을 복원해 '100년사의 길'을 조성할 예정이다. 또 달성토성→교동시장, 대구역→한일극장, 종로→동성로 구간에는 '역사문화 관광 트레일(보행로)'을 만들 계획이다.

◆보다 섬세한 접근 방식이 과제

역사를 테마로 한 도시재생은 불필요한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는 약점도 갖고 있다. 역사에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는 데다 자칫 시민들의 감정을 자극할 수도 있어서다. 실제로 최근 중구청은 '순종황제 어가길'을 둘러싼 논란이 일며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섬세한 접근 방식이 요구된다고 조언한다. 경북대 김경남 교수(사학과)는 "역사를 활용한 테마사업은 사소한 부분에 있어서도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면서 "특히 국민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요소에 관해서는 역사적 고증을 반드시 거치고 이야기의 서술 방식을 보다 섬세하게 살피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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