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TK 중진 무용론

대구경북의 위기가 심각하다. 경제도 좋지 않지만 더 위험한 건 정치다. 그중에서도 리더십의 부재가 지역 위기를 부채질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단체장 공천은 상향식 선출이 아니라 중앙당이 개입하겠다고 공언했다. 중앙당, 다시 말해 당 대표 의중이 반영될 수 있는 곳은 당선이 확실한 곳이다. 그곳이 어디인가. 지금 자유한국당 형편에서는 대구와 경북뿐이다. 이대로 가다간 시장 군수 구청장까지 중앙당이 권한을 행사할 판이다. 속이 부글부글해도 누구 하나 이의를 제기하는 국회의원이 없다.

홍 대표가 조원진 국회의원 탈당으로 공석이 된 대구 달서병 당협위원장을 맡겠다고 해도 지역 의원들은 유구무언. 홍 대표는 전형적인 '무늬만 TK'로, 서울에서 4선을 거쳤고, 경남지사를 했다. 그가 그동안 대구경북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대구경북과 부산 간 남부권 신공항 갈등 때, 경남도지사였던 그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그런 사람이 당 대표라고 당선 가능성 100%인 지역 당협위원장을 날름 먹는다고 하는데 지역 의원들은 말이 없다.

초'재선이 당에 입바른 소리를 하기는 힘들고, 해봐야 말발이 안 먹힌다. 이 역할은 3선 이상의 중진이 해야 힘이 실린다. 그런데 TK 중진은 힘이 없다. 현재 자유한국당 3선 이상은 대구는 없고, 경북은 김광림'이철우'강석호'최경환 등 4명. 최 의원이야 여러 가지 정황상 나서기 어려우나 나머지는 처신이 자유롭다. 그래도 입을 꾹 다물고 있다.

김 의원은 제1야당 정책위의장이다. 그 자리는 막후에서 정부 및 여당과 정책 소통을 할 수 있어 지역 이익에 크게 보탬이 되는 자리다. 하지만 김 의원이 그런 역할을 한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이 의원은 국회 정보위원장이자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이다. 막강한 인맥을 자랑하고 있지만 지역 현안 해결엔 그다지 관심이 없다. 강 의원은 상임위원장을 역임하고, 재력도 남다르지만 역시 지역 전체 문제엔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들이 최고위원회의나 중진회의 등에서 대표의 역할에 제동을 거는 일을 한 적이 없다.

각종 지역 현안 해결에 다선 의원이 앞장서야 함에도 이들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지난주 자유한국당 대구경북협의체 회의에는 지역구 의원 20명 중 달랑 4명만 참석했다. 물론 중진은 한 명도 없었다. SOC 예산이 대폭 깎이고 복지예산 부담이 크게 느는 바람에 내년 대구시와 경북도의 살람살이가 거덜 날 지경에 처하자 마련된 자리였다. 그 시각 호남 의원들은 시정을 요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4선인 목포의 박지원 의원은 75세 고령임에도 지역 현안 해결엔 늘 선두다.

국회의원은 선수(選數)가 힘이다. 중진의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언론은 중진 의원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을 기회 있을 때마다 한다.

그러나 이제는 일을 못하면 중진부터 과감히 심판해야 한다. 3선 이상임에도 지역 현안 해결에 앞장서지 못하거나 정치적 중량감이 없는 인사는 탈락시키고 신진 인물을 발탁해야 한다.

그들은 별다른 역할이 없어도 선거 때만 되면 차기 유력 주자로 부상한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이들은 단지 선수가 쌓였다는 이유만으로 도지사 후보로 거론된다. 선수만 높다고 후보로 집어넣어서 지역 정치권의 중심인물처럼 만드는 일은 자제돼야 한다.

무슨 일이든 할 것 같다가 막상 당선되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돌아서 버리는 국회의원들. 그런 현상을 막으려면 옥석을 가려 일 못하는 중진부터 잘라버려야 한다. 그래야 초'재선 의원들이 긴장한다.

대구경북 의원들의 중량감이 없어진 데는 특정정당 쏠림 현상이 크다. 대통령이나 당 대표의 눈에 들어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됐기에 전투력이 상실된 것이다. 말 잘 듣고, 일 잘하는 일꾼으로 부려 먹으려면 '묻지 마 투표'부터 자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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