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여중생이 또래 여중생을 무자비하게 폭행해 피투성이로 만든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이 북한의 핵실험에 버금가는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아마 이 사건이 SNS 영상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되지 않았다면 그저 그런 폭행 사건으로 묻혀버렸을 것이다. 뒤이어 '강릉 여중생 폭행' '인천 여고생 폭행' 등 유사한 만행들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전에도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을 비롯해 잔학무도(殘虐無道)한 청소년 범죄들이 끊임없이 벌어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청소년 중 누군가는 가해자로, 또 누군가는 피해자로 생지옥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이가 어리다'는 것이 잔혹한 범죄 처벌의 방패막이가 되는 현실에 대한 시민사회의 분노는 대단하다. 불과 며칠 만에 수십만 명이 소년법 개정 또는 폐지를 청원하고 있다. 어린 나이를 무기 삼아 청소년 범죄가 더욱 잔인해진다면 법 개정이나 폐지까지도 검토해야 할 때가 되었다. 처벌보다는 선도와 교화가 먼저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말하는 청소년 범죄는 절도나 단순폭행 같은 평범한 일탈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피해자 대부분이 가해 청소년보다 더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힘없고 나약한 어린이'청소년이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처벌을 강화한다고 청소년 잔혹 범죄가 획기적으로 줄어들까? "글쎄요"이다. 학교의 현실은 공부와 학교폭력 대처에도 힘겹다. 우리 사회가 교사를 스승의 반열에서 노동자로 끌어내린 지도 오래되었다. 이런 상황인데도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정책적 배려에는 너무나 소홀했다. 겨우 범죄에 노출될 때에나 관심과 지탄의 대상이 될 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구가 전국 최초로 청소년 정책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등 발 빠른 대응을 해왔다는 점이다.
활동'상담'복지를 아우르는 통합지원기관인 대구청소년지원재단이 설립된 지도 10년이 되었다. 우리 마을 교육나눔과 청소년재능기부봉사단, 청소년 일촌맺기는 대표적 모범사례이다. 외형과 구조는 그럴듯한 셈이다. 문제는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수는 대구시 출자출연기관 중 최하위로 경북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청소년 정책을 연구'개발할 조직은 만들었지만 전문가를 뽑지 못한다. 활동가들은 그야말로 마른 수건을 짜가면서 뛰고 있다. 재정적 지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진정 우리 사회의 내일을 생각한다면, '표'를 좇아 선심성 복지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청소년 정책에 좀 더 실질적인 지원을 해야 하지 않을까. 청소년 문제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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