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서로 '네 탓'만 하다 끝난 대구 국회의원과 시의 예산 간담회

대구 국회의원들과 대구시 관계자들이 서울에서 예산정책 간담회를 갖고는 서로 네 탓만 하다가 헤어졌다고 한다. 양측이 모처럼 만났으면 일만 해도 시간이 부족할 터인데,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불만을 토로하기에 급급했다고 하니 정말 한심하다. 수준이 이 정도라면 앞으로 시민들은 누구를 믿어야 할지 걱정스럽다.

11일 국회에서 대구 국회의원들이 당을 초월해 모일 때만 해도 기대감이 컸다. 의원들이 해법 모색보다는 상대의 잘못을 따지려고만 했으니 성과가 나올 리 없다. 야당은 홍의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여당 역할을 요구했고, 홍 의원은 역할 분담을 주장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모두발언에서 민주당'국민의당의 호남홀대론 쟁점화를 예로 들어 "TK는 씁쓸하고 부럽다"며 의원들을 자극했다. 의원들은 정부의 예산 삭감과 관련해 대구시의 준비 부족을 탓하며 "대구시가 세상이 변한 것을 모른다"고 질타했다. 여야와 시장'의원이 책임과 역할을 떠넘기는 데 주력했음을 알게 된다.

이 간담회만 보면 대구의 미래가 참으로 암담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국회의원과 대구시가 왜 이리 무책임하고 성의 없는 행태를 보이는지 부끄러운 일이다. 국회의원들이야 지금까지 '웰빙 체질'로 비판을 받아왔으니 그런가 보다 했는데, 대구시의 행태도 못지않은 것 같다. 대구시는 이날 국비 요청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확하게 제시하지 않은 채 의원들에게 매달려 떼쓰는 듯한 장면을 연출했다. 더욱이 의원들에게 '노사 평화의 전당 건립사업'을 4대 우선사업 가운데 하나로 제시하고, 예산을 살려달라고 했다니 황당하다. 노사 평화의 전당은 필요한 사업이지만, 이렇게 시급하고 긴요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렇다 보니 권 시장이 이런저런 구설에 오르는 것이다.

의원들과 대구시는 마음을 다잡아 지역 예산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시는 현안사업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고 의원들의 예산 확보 작업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의원들은 예결위원에게만 맡겨두지 말고 함께 뛰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의원들과 대구시는 시민을 위해 진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그들부터 미래가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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