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보다 오늘, 지난주보다 이번 주 채소 가격이 훨씬 비싸네요. 추석 전후에는 물가가 더 오를까 봐 일찌감치 장을 보러 왔습니다."
12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만난 김미정(46'중구 남산동) 씨는 저녁 장을 보러 나왔다가 또 오른 채소 가격에 깜짝 놀랐다. 김 씨는 "집이 가까워 자주 장을 보러 오는데 채소 가격이 시시때때로 오른다. 상추, 깻잎 등 쌈 채소에 이어 감자, 무까지 대폭 올라 추석 장보기가 벌써 겁날 정도"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추석을 2주가량 앞두고 채소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가격 급등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금(金)배추' '금상추' '금파'가 잇따르면서 추석 장을 준비하는 서민 가계의 주름살이 깊어지고만 있다.
이날 찾은 서문시장은 예년과 비교해 비교적 소비자 발길이 뜸한 모습이었다. 지난여름 폭염과 늦은 장마로 작황이 나빠지면서 급격히 채소 가격이 오른 탓이다. 다만 대형마트와 비교하면 일부 품목을 싸게 살 수 있다는 이유로 시장 물가를 살피는 손님이 종종 보였다.
본지 현장 조사와 서문시장 상가연합회 등에 따르면 양파는 2㎏ 1망 기준으로 점포에 따라 4천~6천원에 달했다. 또 배추 가격이 지난해(6천~7천원) 대비 크게 올라 1포기당 9천원에서 1만원 수준까지 뛰었다. 오이는 5개에 2천원으로 지난달보다 500원가량 올랐고, 양배추 1통도 한 달 새 1천원가량 오른 5천~6천원으로 나타났다. 또 감자는 100g 기준 200~250원 선으로, 애호박은 1개당 2천원 선 등으로 역시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8월 말 이후 일조시간 증가 등 기상 여건이 좋아지면서 이 같은 채소 물가 급등이 진정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유통 현장에서는 추석 때까지 채소 가격 불안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찮다.
이에 따라 이날 서문시장에는 점포 이곳저곳을 다니며 가격을 꼼꼼히 비교하는 손님들이 종종 눈에 들어왔다. 조금이라도 싸게 파는 점포를 찾아 에누리를 시도하는 모양새였다. 한 40대 주부는 "대형마트에서 구입하는 게 편리하긴 하지만 전통시장에서는 한 곳에서 많이 구입하면 500원, 1천원이라도 더 싸게 살 수 있어 생각보다 저렴하게 장을 볼 수 있어 발품을 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은 물가 정보를 별도로 통계 조사하지 않다 보니 작년 및 평년 시세와 정확히 비교하기는 어려웠다. 다만 상인들 체감에 따르면 농산물 물가는 평년 대비 1.5배에서 2배 수준으로 올라 있었다.
서문시장 한 채소 상인은 "작년에도 이상 고온 탓에 채소 가격이 평년 대비 크게 올랐는데 올해는 그보다 더 오른 것 같다. 아직은 추석까지 2주가량 남은 상황이어서 그나마 물가가 비교적 안정돼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소비가 몰리는 이달 말쯤엔 가격이 오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구시상인연합회 김영오 회장은 "최근 채소 가격이 대폭 오르면서 전통시장 물가도 오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온누리상품권을 할인가에 구매하거나 적정 수준의 가격 흥정을 통해 전통시장에서 정가 대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니 많이 이용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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