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대한 최선의 예언자는 과거이다.'(시인 바이런)
대구지방법원 공보관 윤민 판사가 11일부터 22일까지 대구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리는 제3회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 전시회와 관련해 13일 자 본지에 실은 '대구법원 100년 자료 전시회'에 나오는 인용글이다. 윤 판사의 속내를 잘 알 수 없지만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미래도 나름 내다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뜻인 듯하다.
그렇다. 흔히 과거는 앞날의 거울이 된다. 앞선 사람이 지루하고 재미없는 지난 일을 애써 역사로 기록하고 뒷사람이 공부하는 까닭도 그래서이다. 많은 사례처럼 역사는 과거를 경계하고 미래를 여는 다리 역할을 했다. 나라를 빼앗긴 일제강점기 시절, 역사에 누구보다 혼을 쏟은 신채호 독립운동가가 '역사를 잊은 민족은 재생(再生)할 수 없다'고까지 한 까닭이다. 어느 민족, 나라에서나 역사가 중요함을 일깨운 말이다.
우리의 근대 사법제도는 대한제국이 1895년 재판소구성법을 공포하면서 갖춰졌다. 그러나 우리 근대 사법은 곧 암흑기였다. 일제가 나라를 통째로 삼키며 법을 '괴물'로 변질시켜 멋대로 부린 탓이다. 당시 법은 한국인 손발을 묶는 올가미일 뿐이었다. 1912년 한국인을 맘껏 매로 때려 옭아매는 '조선태형령'이 그랬다. 매질로 사람을 잡는, 시대 흐름을 뒤집은 법이었다. 이 밖에도 한국인을 괴롭힌 법은 차고 넘쳤다.
광복 이후 법은 달라졌다. 하지만 법의 무늬로 애꿎은 백성을 괴롭힌 일은 비록 일제만큼은 아닐지라도 헤아릴 수 없었다. 법의 이름으로 억울하게 목숨을 앗아간 사례와 횡포도 숱했다. 정부가 바뀌고, 법의 잣대를 들이대고 따지는 쪽 모두 비슷했다. 1959년 이승만 정권의 조봉암 사형집행, 1975년 박정희 정부의 여정남 등 8명의 사형집행 같은 '사법살인' 등이 좋은 사례다. 뒷날 무죄판결 등으로 복권됐지만 '괴물' 법의 횡포는 일제 때나 도긴개긴이었다. 지금도 법은 가진 자 편일 때가 흔하다.
법(法)은 물 수(水)와 갈 거(去)로 이뤄졌다. 물이 흐르듯 막힘이 없다는 뜻이다. 물과 세월이 지나듯 법도 달라진다는 뜻도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법은 빈부귀천의 잣대로 함부로 들이대고 멋대로 따지기보다 누구에게나 고루 혜택과 불이익을 주기 위해 만든 틀이다. 이 틀이 이어지고 옛 잘못이 재생하지 않게 경계하기 위해서는 아픈 과거의 전시는 필수이다. 주제탓인지 필자가 둘러본 전시장에는 그런 과거도 없고 예언은 더욱 그랬다. 그래서 더욱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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