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전술핵 재배치 카드, 그냥 버리겠다는 청와대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전술핵 재배치가 현실적인 대응 조치로 떠오르고 있으나 문재인 정부는 검토도 않고 있다. 그러면서 북핵 완성에 대한 대안이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는다. 사드 배치를 반대했을 때와 똑같은 '대안 없는 반대'다. 추후 협상 전술로도 쓸 수 있는 전술핵 재배치란 카드를 너무 손쉽게 포기하고 있다. 이 정부를 믿어야 할지 의심스럽다.

12일 국회 외교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한반도 비핵화 원칙이 무너질 뿐만 아니라 경제 제재를 감당할 수 있는지 등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역시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전술핵 재배치에 긍정적이었던 송영무 국방부 장관도 마찬가지였다.

송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국방위에서는 "전술핵 재배치를 충분히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했으나 이날은 '검토' 발언이 "(미국의 추가 군사 지원을 얻기 위한) 지렛대로 삼으려는 것"이라며 말을 바꿨다. 송 장관이 국방위에서 '발언에 주의하라'는 여당 의원의 '경고'에도 발언을 '강행'했던 것에 비춰볼 때 너무나 급작스러운 소신 번복이다.

이는 송 장관은 물론 이 총리와 강 장관의 발언이 과연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일까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청와대와 '코드'를 맞추려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전술핵에 대한 청와대의 태도는 그런 추정을 강하게 뒷받침한다. 청와대는 미국과 국내에서 전술핵 재배치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북핵을 반대할 명분이 사라진다"며 "한반도 비핵화라는 기본 방침은 변함없다"며 선을 그었다. 한가한 소리다.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휴지 조각이 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이런 자해적 비핵화 고수 논리의 생산지는 청와대 안보실이라는 게 일치된 관측이다. 문제는 청와대 안보실에 제대로 된 안보 전문가가 없으며 북한과의 대화에 집착하는 이른바 '자주파'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인적 구성으로는 이미 '레드 라인'을 넘은 것으로 평가되는 북핵 위기에 올바른 대처 방안이 나올 수 없다. 북한의 6차 핵실험은 그 생생한 증거다. 더 이상 이런 헛발질을 두고 볼 수 없다. 전술핵 재배치는 안 된다고 선부터 그을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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