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가 읽은 책] '자전거 여행' 김훈 /문학동네

책 속으로 떠나는 가을여행

강종진 작
강종진 작 '감포 촛대바위'

'자전거 여행' 김훈 /문학동네/2014

가을 햇살이 눈부시다. 하늘은 파랗고 벼는 누렇게 익어간다. 제각기 위치한 자리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을 살피며 시골길을 달린다. 그것도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를 타고. 생각만으로도 얼마나 낭만적인가. 실제로 자전거를 타고 우리나라 산하를 누비듯 생생히 보여주는 책이 있다. 바로 김훈의 '자전거 여행 1'이다. 여러 여건상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멋진 가을 선물이 될 책이다.

등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 김훈은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이며 자전거 라이더이다. 신문기자 시절 에 '문학기행'이라는 평론을 연재했으며 창간호에 으로 데뷔했다. 이때 그의 나이 47세였다.

이 책은 작가 김훈의 산문작품 정수다. 작가가 밝혔듯이 '나는 사실만을 가지런히 챙기는 문장이 마음에 듭니다'라는 말처럼, 그의 아름다운 언어를 책 전체에서 읽을 수 있다. 미사여구나 군더더기 없이 정확한 사실만을 구사하는 문장의 아름다움 때문에 글쓰기를 공부하는 사람들의 텍스트가 되기도 한다.

작가가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본 사실만을 그대로 실은 책 속에는 우리 모두의 삶이 녹아있다. 바닷가에서는 물고기를 고르는 법을 어부에게 배우고, 그들이 권하는 '도다리' '오징어 피데기' '멸치회'를 선보인다. 좋은 소금을 채취하는 방법도 일러준다. 농촌에서는 농사일을 배우는 소의 애환을, 산골에서는 소박한 아이들의 생활을 그림처럼 보여준다. 중부전선 태풍전망대에서 넓은 시계 안이 산과 강으로 가득 차서 출렁거리는 산하의 모습, 수평의 삶을 수직의 삶으로 바꾸어 놓는 일산 신도시, 폐허 속의 여주 고달사, 하늘재 고갯길에서 보는 고려 초기의 불상과 탑들을 통해 산골과 도시, 과거와 현재를 함께 보여준다. 또 도산서당에서는 퇴계의 삶의 모습과 태도를 집약하고, 하회마을에서는 우리들의 감추어진 삶과 드러나는 삶의 꿈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게 한다. 가평의 설악면 산골에서 자연의 유순한 보편성 속으로 바퀴를 굴려 설악면을 다 돌 때까지도 작가의 자전거는 지치지 않는다.

"몸의 힘은 체인을 따라 흐르고, 기어는 땅의 저항을 나누고 또 합쳐서 허벅지에 전한다. 몸의 힘이 흐르는 체인의 마디에서 봄빛은 빛나고, 몸을 지나온 6시간이 바퀴로 퍼져서 흙속으로 스민다. 허벅지의 힘이 흙 속으로 깊이 스밀 때, 자전거를 밀어주는 흙의 힘은 몸속에 가득찬다."(11~12쪽)

자전거 여행의 동력이 생산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처럼 전편의 글이 우리 삶의 진지한 성찰을 보여준다. 전편이 몸과 마음의 상호 작용 속에서 나온 글이기에 더욱 애착이 간다. 우리의 산하를 두루 섭렵하면서 민중들의 삶과 문화답사, 역사적인 면을 설명하고 작가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시적인 문체로서 글 속에 푹 빠지게 하는 매력이 있다. 독자들 특히 여행하는 이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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