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담은 소형 사전 같은 단추
세계 패션 트렌드를 선도하는 프랑스 근현대 패션의 역사를 만나는 '프랑스 근현대 복식, 단추로 풀다'전이 지난 9일부터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정교하면서도 다양한 단추 외에도 시대상을 읽을 수 있는 의복, 회화, 서적 등 1천800여 건을 소개하며 '단추'라는 작고 평범한 소재가 어떻게 프랑스의 역사와 문화를 생생하게 반영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매일신문은 전시 기간 동안 매주(월요일) 한 작품씩 지상(紙上) 갤러리 코너를 마련한다.
흔히 18세기를 단추의 황금기라고 부른다. 18세기 후반 30년 동안 '세밀화' 단추들이 폭발적으로 제작되어 유행했기 때문이다. 채색 판화기법이 발명되면서 1775년 무렵 최초의 '세밀화' 단추가 등장했다. 염료는 물론 먹, 그리고 검댕이로 만든 안료 비스터를 이용해 문양을 넣고 유리로 덧씌워 금속 테두리를 두른 후, 뒷면에는 실로 꿰맬 수 있도록 고리를 달았다.
이 단추들 속에는 다양한 주제의 그림이 들어갔는데, 초상화나 일상의 장면을 그려 넣은 단추, 열두 명의 로마 황제나 고대의 위대한 인물, 혹은 이탈리아의 풍자 작가 아레티노가 그렸던 인물들이 들어있는 단추, 유명화가는 물론 이름 모를 작가들의 그림들을 모사해 그린 단추(사진1)도 있었다.
이 외에도 폼페이나 파리의 유적지 등을 그려 넣은 관광 단추, 프랑스 박물학자의 이름을 따 '뷔퐁 단추'라 부른 광물학 단추, 식물학 단추(사진2), 곤충학 단추, 격언이나 명구를 써넣은 단추, 수수께끼가 들어있는 단추, 선정적 그림의 단추, 혁명을 주제로 한 단추 등도 찾아볼 수 있다. '상감 세공을 한 나무 단추', '히브리 상형문자들이 새겨진 고대 피라미드 형태'의 소매용 단추도 있다.
단추는 세상의 이야기와 사건들을 낱낱이 전해주고 기록하는 휴대용 소형 사전과도 같았고, 단추를 전리품인 양 과시하는 멋쟁이 청년이나 한량들을 우쭐대게 만들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단추는 이를 보는 사람이 눈요깃감으로 긁어모을 수 있는 노획물이기도 했다. 이처럼 단추는 명예의 상징이자 화려한 장식의 도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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