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른 아침에] 여야가 역지사지할 수 있다

한국경제사회연구회 이사. 대검찰청 검찰개혁자문위원회 위원. 시화법률특허사무소 미국변호사. 원전특허법률사무소 미국변호사. 사우스웨스턴대 대학원 법학 박사. 경희대 법학과 졸업
한국경제사회연구회 이사. 대검찰청 검찰개혁자문위원회 위원. 시화법률특허사무소 미국변호사. 원전특허법률사무소 미국변호사. 사우스웨스턴대 대학원 법학 박사. 경희대 법학과 졸업

北, 미국과 평화협정 일관된 목표

南은 보수·진보 따라 냉온탕 오가

현재 여야 모두 집권당·야당 경험

안보정책 이념 떠나 머리 맞대길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조선을 결정적으로 쇠락하게 만든 외세의 침략이다. 두 전란은 물론 일본과 청나라의 그릇된 야욕에서 비롯되었다. 임진왜란이 특히 그렇다. '그들이 본 임진왜란'(김시덕, 학고재)은 일본의 시각에서 전쟁의 원인을 분석했다. 중세 일본인들은 원나라에 점령된 고려가 일본을 침략했던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조선에 대한 분노의 원천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원나라 때의 원수를 갚자는 것을 전쟁 명분으로 삼았다. 각 지역의 반발 세력들을 잠재우기 위해 공동의 적을 만들 필요도 있었다. 일본은 이처럼 자신들이 먼저 침략했으면서도 조선이 원인을 제공했다고 생각해왔다. 명나라 문헌이 그런 주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이 무언가 잘못했기 때문에 일본 침략의 빌미를 제공한 게 아니라는 말이다.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을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6차 핵실험이 상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는 인식은 같지만 해법은 백가쟁명이다. '압박과 제재'를 강화하되 북한을 대화로 이끌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게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비판적이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식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한다. 전술핵 재배치는 물론 핵무장론도 나온다. 여당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깨는 '철없는 주장'이라고 비난한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북한 지원이 핵과 미사일로 돌아왔다고 야당은 주장한다. 여당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안보정책 실패가 오늘의 극단적 상황을 불렀다고 맞선다. 무엇이 진실일까.

우선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인식이다. 대한민국 역대 정부가 무엇을 잘못했기 때문에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게 아니다. 보수, 진보 정권에 따라 우리의 대북 정책은 냉'온탕을 오가는 극단적 선회를 되풀이했다. 반면 북한 정권의 전략은 일관되어 있다. 미국과 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군 철수, 한반도 적화통일이라는 '조선노동당'의 목표를 벗어난 적이 없다. 핵무기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은 미국과의 직접 교섭 수단을 확보하는 첫 단추이다. 미 본토에 대한 핵공격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핵 동결과 평화협정을 맞바꾸려는 위협인 것이다. 여당 혹은 야당이 잘못했(한)다는 주장은 우리끼리 헛된 싸움에 불과하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선택이 불가피했음을 강조했다. 후일을 도모하려 불량배 가랑이 밑을 기는 굴욕을 감수한 한신의 고사에 빗대어 말한다. 사드 배치 결정, 대북 원유공급 중단을 말하는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자들의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여권의 대체적인 반응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현직에서 같은 결정을 했어도 이해했을까. 격렬하게 비난했을 것이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지만 대안이 있는가. 한국당이 집권당이었어도 속 시원한 다른 결정을 할 수 있었을 리 만무하다. 전술핵 배치, 핵무장론은 야당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말일 뿐이다. 전술핵 재배치만 해도 미국의 승인이 가능한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하에서 할 수 있는지, 중국과 러시아의 보복을 이겨낼 수 있는지, 우리 경제가 충격을 감당할 수 있는지 등 숱한 변수가 존재한다. 핵무장은 말할 나위가 없다. 정부는 거론 자체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 비판만으로 충분한 야당과 국가안위에 책임을 져야 하는 집권 세력의 무게는 다른 것이다. 현재의 여야 모두에게 하는 말이다.

임진왜란이 일어난 것은 조선의 잘못이 아니다. 그러나 대비가 소홀했던 것은 조선의 허물이다. 당파 싸움의 결과이든 정세를 오판한 때문이든 중요하지 않다. 안이한 대비태세 탓에 온 국토와 백성이 참화를 입고, 병자호란의 빌미가 되고, 국력이 급격히 쇠잔해진 결과가 중요하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은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그러나 대비가 소홀하다면 우리의 허물일 수밖에 없다. 서로에 대한 비방과 비난만으로 해결책은 나오지 않는다. 머리를 맞대고 정권에 좌우되지 않는 안보정책, 대북정책을 함께 만들어 낼 때다. 여야가 공수 교대를 해본 마당 아닌가. 여야 모두 집권당과 야당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안보에 관한 한 역지사지가 가능한 상황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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