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매국'이라고?

'이완용을 매국노(賣國奴)라고 매리(罵詈'욕하고 꾸짖음)하지만 사람의 비판은 용이하되 나라의 위급과 존망(存亡)의 때를 당면한 책임자의 선처(善處)는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질풍노도와 같은 대세(大勢)의 항거는 불가능이다. 국난을 당하야…비록 어떠한 사람이든지 이완용과 동일한 경우에 있어서 이완용 이상의 선처할 도리가 없을 것이다.'

보통 사람에게 매국이라는 말은 함부로 하기 힘든 단어다. 우리는 과거 나라를 일제에 빼앗겨 35년의 긴 세월을 어둠 속에서 보낸 뼈아픈 역사를 간직한 탓이다. 매국은 이완용 등으로 대표되는 매국노의 나라 팔아먹은 행위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아무리 상대를 비난하며 말을 내뱉더라도 매국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꺼리는 까닭이다. 한바탕 멱살잡이를 할 각오가 없으면 더욱 그렇다.

하물며 그런 매국노를 옹호하기는 그야말로 어렵다. 하지만 박중양이라는 사람은 그러지 않았다. 그 스스로가 골수 친일파로 매국노였으니 이해하고도 남을 만하다. '서울의 정계(政界) 돌아가는 형편을 살피는데 편리하고, 만일의 경우에 동경으로 가기 편리하므로' 아는 사람도 없는 대구에 자리를 잡은 박중양은 일제 때나 광복 이후에도 이완용이 매국노가 아니라고 적극 변호했다. 박중양이 대구에서 남긴 '술회'라는 회고록에서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처럼 매우 듣기 거북한 매국이란 말이 대구에서 등장했다. 지난 15일 자유한국당이 대구 중구 반월당 동아쇼핑 앞에서 마련한 '전술핵 재배치 대구경북 보고대회'에서다. 이날 대구 동구을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인 이재만 당 최고위원은 문재인 정부 정책을 비판하며 '매국행위'로 몰았다고 한다. 과연 매국인가? 이 최고위원은 또 '문 대통령이 적폐 대상'이라는 주장도 했다고 한다. 대구 수성갑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김정은의 기쁨조가 문 대통령 맞지 않나'라는 말도 한 모양이다.

정치에서 말의 과격은 어쩔 수 없다. 정치인은 소위 '입'으로 먹고산다고 한다. 사람들 관심을 끌기 위함이니 수긍할 수도 있다. 어제오늘만의 일도 아니다. 오죽했으면 물에 빠져도 '입만 동동 뜬다'는 소리까지 듣기에 이르렀을까. 그래도 가려야 할 말이 있다. 특히 대구경북을 곱지 않게 보는 정치 풍토와 앞으로 대구 밖에서 뛸 미래 젊은이 세대를 조금이라도 아낀다면, 품격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제발 함부로 입을 놀리는 '적폐'를 없앴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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