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새벽 강릉시 강문동 석란정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던 경포119안전센터 소속 이영욱(59) 소방위와 이호현(27) 소방사가 정자 붕괴로 건물 잔해에 깔려 순직했다. 비지정 문화재인 석란정은 인근의 대형호텔 신축 공사로 2년 전부터 금이 가고 기울어져 주민들이 건물 이전을 요구할 정도로 취약한 목조건물이었다. 두 소방공무원은 건물 기와가 무너지는 위험천만한 상황에서도 오래된 건축물을 보존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끝까지 현장에 남아 화마와 싸우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방위는 퇴직을 불과 1년여 앞두고 있었고, 이 소방사는 임용된 지 이제 8개월밖에 안 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위험 속으로 뛰어들기를 주저하지 않다 보니 소방공무원들은 순직과 공상(公傷)의 위험에 크게 노출돼 있다. 지난 5년간 국내에서 순직한 소방공무원은 23명이나 되고 업무 중 부상자도 1천725명에 달한다. 매년 350명이나 되는 소방공무원이 숨지거나 공상을 당하는 셈인데, 문제는 이 수치가 앞선 5년 동안에 비해 54%나 늘었다는 점이다.
소방공무원들은 극심한 정신적 외상과 스트레스로 인한 고통까지 받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 동안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방공무원이 35명에 이른다는 충격적인 통계가 이를 여실히 증명한다. 이는 같은 기간 순직한 소방공무원 수(33명)보다 많은 수치다. 2014년에 전국 소방공무원 3만7천여 명을 상대로 실시한 심리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9%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우울증, 수면 장애 등 한 가지 이상의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공무원들이 업무 중 숨지거나 다치는 사고가 있을 때마다 이들의 업무 환경과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만 요란했지 실질적인 개선 움직임은 여전히 거북이걸음이다. 대부분의 여론 조사에서 소방공무원은 국민들이 가장 신뢰하는 직업군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노고를 국민이 알고 인정해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적인 업무 환경 및 처우 개선이다. 입법 등을 통해 이 같은 기반을 다져야 하고 예산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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