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800만달러 대북 지원, 지금은 할 때가 아니다

정부가 북한에 800만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을 놓고 대내외 반발이 거세다. 아무리 인도적 지원이라지만,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쏘아대는 상황에서는 공감은 고사하고, 엄청난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미국과 일본이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는데, 이런 엄중한 때에 우방을 자극하면서까지 강행해야 하는 일인지 알 수 없다.

통일부가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지원을 발표한 것은 14일이다. 세계식량계획(WFP), 유니세프 등 국제기구의 협조 요청에 따라 800만달러를 공여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바로 다음 날인 15일 새벽,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다시 발사하면서 미국, 일본은 물론이고 전 세계가 난리법석이었다. 그런데도, 청와대 관계자는 "핵 도발에 대한 단호한 제재와 대응과는 별개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부분은 진행할 수 있다"며 지극히 한가로운 멘트를 날렸다.

이 때문에 일본 아베 총리가 15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북 지원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고, 미 국무부도 불편한 감정을 나타냈다. 정부의 대북 지원이 과연 이 시점에 미국과 일본의 반발을 감수하고 밀어붙여야 하는 중차대한 문제인지 의구심이 일 수밖에 없다.

미국과 일본은 한국 정부의 행태를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고 한다. 한국 정부가 지난 12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자체를 희석시키는 일을 왜 이렇게 고집하는지 의아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북한을 압박하고 제재하는데 앞장서야 할 한국이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으니 우방의 신뢰를 얻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정부가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현금이 아닌, 현물인데다 영유아, 임산부에게만 전달하는 것이기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타이밍이다. 전쟁이 터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북한을 지원하겠다고 하니, 뭔가 이상하고 어색하다. '북한과의 대화'를 원하는 정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지만, 대내외 여건을 볼 때 더는 고집부릴 이유가 없어 보인다. 21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이 문제의 결론을 내린다고 하는데, 당분간 결정을 보류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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