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창] 청소년 범죄와 교육

독일 담슈타트대학교 졸업. 독일 담슈타트대학교 석사. 독일 칼스루에(Karlsruhe)교육대학교 박사. 연구분야: 교육철학, 다문화교육, 비판적 교육이론
독일 담슈타트대학교 졸업. 독일 담슈타트대학교 석사. 독일 칼스루에(Karlsruhe)교육대학교 박사. 연구분야: 교육철학, 다문화교육, 비판적 교육이론

성인 범죄 못잖은 청소년 폭행 사건

가해자 폭력'잔혹성에 강한 의구심

타인의 자유'인권 온전히 존중하는

獨 학교 폭력 대응 사회 분위기 주목

최근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과 강릉 10대 집단 폭행 사건 등 청소년의 잔혹한 범죄가 잇따라 일어나면서 청소년 범죄 대책에 관한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소년법 폐지와 함께 엄격한 처벌을 주장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가정교육, 부모교육과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되면서 그에 따른 교육적 장치가(보여주기식 이벤트성 행사가 아닌) 마련되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필자는 이번 청소년 범죄 사건을 접하면서 10대 청소년 범죄 행위가 성인 범죄 행위와 아주 비슷하다는 점에 섬뜩했고, 피해자는 물론이고 가족들이 겪는 엄청난 고통에도 불구하고 죄의식조차 없는 가해자들을 보고, 그들에 대한 강력한 법적 처벌로 맞대응해야 한다고 흥분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즉흥적인 반응에 거리를 두고 이 사건을 들여다보니, 가해 청소년들의 끔찍한 잔혹성과 폭력성은 어디에서 유래하였고, 무엇이 그 아이들을 '악마'로 만들었는지 의구심이 생겼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의 가해자, 피해자, 방관자 모두가 속해 있는 우리 사회는 과연 사회적 소수자를 동등한 권리를 가진 인격체로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는지 그리고 일상적 삶 속에(가정, 학교, 지역사회, 기업 조직문화, 대중매체 등) 작용하는 폭력을 나와 무관한 '사회적 강자'들의 문제로만 축소시켜 문제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또한 모든 것을 '양화'하고 정신적 가치들을 돈으로 매개함으로써 사람까지도 교환가치로 전락하는 자본주의 안에서, '교육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으며 공동체적 가치는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

청소년 범죄와 관련하여 잠시 독일 사회로 눈을 돌려보자. 필자가 독일 유학생활 시절 접했던 '거리의 청소년들'은 우리가 흔히 '문제아'라고 가리키는 행동을 보였는데, 예컨대 화장을 진하게 하거나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고 특히 기차역에서 큰 개를 데리고 또래 친구와 같이 술을 마시면서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흔히 보곤 하였다. 필자는 그 청소년을 피해 빙 둘러서 걸어가곤 하였는데, 간혹 주위에 물어볼 사람이 없을 경우 '문제아'로 보이는 청소년에게 길을 물어봤다. 그러나 필자의 고정관념과 달리, 그 청소년들은 흔쾌히 밝게 대답하고 '웰컴'이라며 큰 소리로 장난스럽게 어깨를 으쓱이며 독일인으로서의 자부심을 표시하기도 하였다.

독일은 2000년 PISA(학업 성취도 국제비교)에서 낮은 성적을 기록해, 그때부터 특히 하우프트슐레라는 학교(우리나라의 실업계 학교와 비슷한 의미를 가진다)가 주목을 받아왔다. 최근 이 학교의 입학생이 점점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 이유는 하우프트슐레에는 사회경제적으로 상위 계층에 속하는 학생들보다 하위 계층에 속하는 '이주 배경을 지닌' 학생들이 주로 다니며 다른 학교에 비해 학교 부적응 학생도 제일 많다는 학교에 대한 이미지가 그리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몇몇 연방 주에서 하우프트슐레를 폐지하고 통합 중등학교라는 새로운 학교 형태를 도입하였다. 학교폭력 문제가 발생하자 독일은 각 학교에 학교전담경찰관을 배치하고, 쉬는 시간에 전교생이 학교 운동장에 나와 놀게 하는데, 경찰관은 그때 발생할 수 있는 학교폭력을 주시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 학생들은 자치위원회를 구성하고 학교 폭력 중재자가 되는 역할을 맡는다. 여기서 우리는 학교폭력에 대응하는 독일의 교육 제도뿐만 아니라, 타인의 자유와 인권을 온전히 존중함으로써 내가 타인에 의해 인정되는 보편적 원칙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사회 구성원이 지배 규범과 질서에 자연스럽게 편입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되돌아보고, 자신보다 약하다고 생각하는 타인에게 폭력적인 행동과 말을 하거나 경시하는 시선으로 대하고 있지 않은지 성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인간성이 상실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인성교육은 분명 한계를 내포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인성)교육의 이념이 균열되고 있는 실체에 대한 비판적 접근이 필요하며, 그러한 문제 상황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해 주어야 하는 임무가 지식인들에게 주어져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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